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4년간 기준치 이하로 ‘눈속임’ 환경부, 사업장 등 10곳 檢 송치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오염물질 배출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환경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이산화질소(NOx)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대행업체는 2015년부터 4년간 여수산업단지 내 사업장 235곳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235곳 중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은 배출 농도를 조작하면서 대행업체와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행업체들의 대기측정기록부를 확인한 결과, 대행업체들은 기업들이 실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 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췄다. LG화학은 대기오염 물질인 염화비닐을 기준치(120ppm)보다 173배나 초과해 배출하고서도 기준치 이하로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행업체들은 8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도 않고 허위로 기재했고, 4253건은 실제 측정한 값보다 낮게 조작했다.
이날 환경부 발표 직후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부회장은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관련 생산시설 폐쇄와 보상을 약속했다. 한화케미칼은 “측정기록이 허위 기재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공모 혐의는 부인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