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심장]
《동아일보를 포함한 세계 18개 언론은 이달 28일까지 쓰레기, 공해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조명하는 ‘지구의 심장(Earth Beats)’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는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같은 날 동시에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강 주변에 쌓인 쓰레기들은 바다로 흘러가 해변을 오염시키고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사진 파비오 달몬테(Fabio Dalmonte) 제공
바다에 침투하는 플라스틱은 물고기와 새를 독살하고, 먹이사슬에 침투해 우리의 식탁까지 오른다. 네덜란드의 젊은 발명가 보얀 슬랫이 스타트업 ‘오션 클린업(Ocean Cleanup)’을 설립해 바다를 청소하려는 이유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도달하기 전에 이를 제거해보려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방법은 바다의 염분으로 플라스틱이 분해돼 미세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시간 싸움이다.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은 잘게 분해되고, 바닷속 생물들은 이를 먹이로 오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태평양에 사는 앨버트로스 대다수의 뱃속엔 플라스틱 조각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이로 인해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다새가 사망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바다로 흘러가는 약 90%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10개의 강을 통해 운반된다는 것이다. 이는 양쯔강, 나일강, 갠지스강, 인더스강, 황허강, 하이허강, 주강, 아무르강, 나이저강, 메콩강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건 이탈리아 출신으로 현재 영국 런던 소재 환경 전문 기업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파비오 달몬테(36)다. 그는 자신이 석사 학위를 받았던 웨스트오브스코틀랜드 대학교와 인도네시아대학교가 공동으로 연구한 폐기물 관리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칠리웡강을 떠다니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 잔해에 충격을 받았다.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강이 대형 쓰레기통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는 전세계 바다에서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몬테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기 전 이를 막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선박과 어류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쓰레기를 걸러내 이를 재활용하는 장벽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미국 뉴욕에서 경영 코치로 일하고 있는 마두로 나르도치(38)와 손을 잡았다. 나르도치는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경영 관리자다. 둘은 함께 스타트업 ‘SEADS(Sea Defence Solution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나일강부터 갠지스강까지 어떤 강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인 ‘블루 베리어스(Blue Barriers)’를 만들었다.
달몬테는 “강 위에 대각선 모양의 두 개의 장벽을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배치해 떠다니게 한다. 장벽은 강을 따라 흘러다니면서 쓰레기를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두 장벽은 튼튼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홍수 혹은 나무 같은 큰 물체가 부딪혀도 버틸 수 있다. 이달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레몬강에서 장벽 시연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칠리웡강에서도 실험하기 위해 자카르타 당국과 협상 중이다.
그는 “칠리웡강과 바다에 쌓인 쓰레기 산, 자카르타 만 초입에 있는 섬에 쌓인 쓰레기들은 해변을 파괴시키고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줘 지역 사회에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킨다. 어류 개체수가 줄어드는 등 환경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장벽들은 강 하구에 최대한 가깝게 설치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자카르타 당국은 그 중 몇 개를 서로 다른 높이에 배치해 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길 원한다. 한 쌍의 장벽 옆에 분류 센터를 설치해 인근 도시와 산업 단지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지역 사회에도 도움을 주게 할 것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이익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달몬테는 “보통 자카르타나 다른 개발도상국에선 가난한 사람들 다수가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하고 판매한다”며 “우리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는 그들을 장벽 주변에서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 관련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 당국이 이들에게 적절한 근로 환경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엘레나 코멜리(Elena Comelli)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 기자
번역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