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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라면 드림팀 “개발기간 2년…시식만 2000번 했죠”

입력 | 2019-04-19 05:45:00

농심의 3세대 신라면인 신라면 건면이 출시 두 달 만에 1600만 개 판매를 돌파하며 라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농심 별첨개발팀 노경현 과장, 면개발팀 신봉직 과장, 스프개발팀 김재욱 과장(왼쪽부터)이 신라면 건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 농심 라면 드림팀이 말하는 ‘신라면 건면’ 탄생의 비밀

건면은 유탕면보다 익는 시간 더 길어
‘4분30초 완성’ 최적 면발 두께 골머리
재료 황금비 찾기에 전문가 30인 투입
건더기 함량↑…동결건조방식 도입도
출시 2개월 만에 1600만 개 판매 대박

농심이 33년 만에 내놓은 3세대 라면인 ‘신라면 건면’은 2월 7일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1600만 개가 팔리며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맛은 신라면이지만 면은 건면으로 만들어 한결 담백해진 것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한 유튜버의 시식 영상은 조회수 50만 건을 넘어섰고, 인스타그램에는 2000여 개에 달하는 시식 후기가 올라왔다.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신라면 건면의 탄생 비밀을 살펴봤다,

● 2년 연구, 2000번 시식 끝에 탄생

신라면 건면이 개발에 들어간 것은 2016년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30주년을 맞아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을 충족시키고 신라면 브랜드에 힘을 더해줄 새로운 제품 구상을 시작했다. 1년 간의 사전 검토 끝에 새로운 신라면의 콘셉트로 ‘건면’을 낙점했다. 농심은 이미 건면 전용 제조시설인 녹산공장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건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커지며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심은 2017년 ‘신라면 Light’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팀에 주어진 미션은 단순하지만 어려웠다. 건면을 사용해 더 개운하고 깔끔한 맛으로 만들되 신라면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맛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프로젝트팀은 그때부터 많은 실험과 시식을 반복한 끝에 2019년 2월 신라면 건면을 내놓았다. 개발기간만 2년, 2000번이 넘는 시식 끝에 완성된 제품이다.


● 신라면 전문가로 꾸린 드림팀

농심은 면, 스프, 건더기 등 라면을 이루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개발팀을 구성했다. 수년간 신라면의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신라면블랙과 신라면블랙사발 개발에 참여했던 최고수들로 이루어진 ‘드림팀’이었다. 농심이 이렇게 신라면 건면에 공을 들인 이유는 유탕면에서 건면으로 바뀌면 제품의 모든 속성이 달라져 처음부터 새롭게 맛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면개발팀 신봉직 과장은 “신라면의 4분30초 조리시간은 지키면서, 건면 특유의 쫄깃함과 잘 퍼지지 않는 면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유탕면은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 면에 미세한 공기구멍이 생긴다. 조리시 이 틈으로 수분이 들어가 면이 금방 익는다. 하지만 건면은 바람에 말리기 때문에 면의 밀도가 높고 쫄깃하지만, 상대적으로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농심은 면의 두께와 폭의 비율을 바꾸고 재료의 배합비를 조절해 4분30초의 조리시간과 건면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담아냈다.

신라면 맛의 핵심인 스프 개발도 심혈을 기울였다. 단순히 면만 건면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먹었을 때 신라면의 특징적인 맛은 그대로 즐기면서 더 깔끔하고 개운해졌다고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개발팀 김재욱 과장은 “라면에는 수십 가지의 재료가 사용된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져, 가장 적절한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원의 임무다”라고 설명했다.

스프개발에서 가장 신경쓴 것은 신라면의 ‘맛있는 매운맛’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같은 국물이라도 어떤 면을 넣느냐에 따라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탕면을 튀기는 기름이 고추와 후추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특징이 있어서 같은 국물에 건면을 넣으면 더 맵게 느껴진다. 농심은 신라면건면의 고추와 후추 함량을 줄이고, 소고기육수와 표고버섯 등 국물 맛에 깊이를 더하는 재료 함량을 늘려 건면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맛의 차이를 줄였다. 또한,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야채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리고 유탕면보다 부족할 수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도 해결했다.

건더기는 더 풍성하게 담았다. 별첨개발팀 노경현 과장은 “표고버섯 건더기 크기를 키우고 함량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특히 깔끔하고 개운한 매운맛이라는 제품 콘셉트에 맞게 열풍건조하던 고추 건더기를 동결건조 방식으로 바꿔 재료의 신선함을 더했다.


● 30명의 맛 전문가들이 최종 조율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라면 브랜드로 나오는 야심찬 신제품인 만큼, 모든 소비자들이 만족하도록 맛의 디테일을 조율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농심은 사내 30여 명의 맛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을 대상으로 수없이 조사를 반복하며 재료의 배합비를 맞췄다. 김재욱 과장은 “매운맛, 짠맛, 감칠맛 등 맛을 여러 종류로 나눠 척도를 평가하는 ‘절대평가’와 배합비가 다른 여러 국물을 비교하는 ‘상대평가’ 등 다양한 시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매주 1회 이상 시식을 진행하며 미세한 차이까지 잡아 지금의 신라면 건면을 완성해냈다. 이렇게 탄생된 신라면 건면의 폭발적인 인기에 농심은 3월부터 녹산공장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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