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옛 주치의가 말하는 방화살인범 “피해망상 증세 점차 호전 보이다 2016년 ‘약 끊고 싶다’ 병원 안와” 42세 안인득 구속… 신상 공개
안인득 “불이익 당해 홧김에…”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 씨가 18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안 씨는 경찰 조사에서 퇴사 및 치료 과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경남 진주시 아파트 묻지 마 방화살인범 안인득 씨의 조현병 주치의였던 A 씨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A 씨는 2011년부터 진주의 정신건강의학병원에서 5년 넘게 안 씨의 조현병을 치료했다. 주치의였던 A 씨가 2016년 6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자 안 씨는 그 다음 달부터 병원에 발길을 끊었고 증세가 악화돼 방화살인까지 저질렀다.
A 씨와 병원 측에 따르면 안 씨는 2011년 1월 병원에 보호입원해 10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안 씨 형제 2명이 안 씨의 입원을 요청했고 의료진이 타인을 해치거나 자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보호입원이 이뤄졌다. 안 씨가 2010년 5월 진주 시내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재판에서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출소한 지 8개월 만이다.
안 씨는 2010년 범행 전 경남 창원의 대기업 공장에서 일했는데 회사에서 자기를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위협한다는 피해망상을 A 씨에게 자주 호소했다. A 씨는 “안 씨가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2010년 사건도 조작된 거라며 자주 화를 내는 등 공격적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안 씨는 2011년 10월 퇴원한 후에도 계속 통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공감이나 이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였다. 안 씨는 진료 중 “나를 따라붙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모여서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전보다 줄었다”며 피해망상을 호소했다. 2015년 3월에는 굴착기 기사 자격증을 따서 일하고 싶다며 사회 복귀 의지를 보였다. 안 씨는 자격증을 따 현장에서 굴착기 기사 일을 배우기도 했다.
A 씨가 2016년 6월 충청권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자 안 씨는 그해 7월 28일을 끝으로 병원에 오지 않았다. 마지막 진료 당시 안 씨는 바뀐 담당의에게 “약을 끊고 싶다”고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왜 내 맘대로 약도 못 끊게 하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A 씨는 “안 씨 상태가 잘 유지됐으면 망상은 있었을지 몰라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안 씨가 범행 두세 달 전부터 흉기를 준비한 점으로 볼 때 치밀한 계획범죄라고 보고 있다. 안 씨는 18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에 “10년 동안 기업체와 사회에서 여러 불이익을 당하다가 화가 많이 나서 그랬다”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조사 좀 해 달라”고 외쳤다. 안 씨가 이날 구속되자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얼굴과 이름 등 신상공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