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사회부 차장
이렇게 묻게 된 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연관 수사의 입건자 수를 보고나서다. 손님과 직원 간의 폭행 시비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 투약·유통, 경찰과의 유착, 불법 촬영물 유포 등으로 번지면서 경찰이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18일까지 마약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는 83명이다. 이 중 11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는 8명이 입건돼 2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경찰은 이날 2명이 추가돼 8명이 됐다. 구속자는 없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경찰도 없다.
마약 수사에 비해 유착 수사의 성과가 많이 못 미친다. 수사 인력이나 역량 부족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버닝썬 연관 수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지능범죄·사이버수사대 등 126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팀을 꾸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고 역량의 팀들이 전부 합류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스스로 밝힌 유착 수사 부진의 이유는 이렇다. “유착 비리는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사안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장을 신청하고 집행해야 한다. 금융계좌와 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하고 통신사실 조회에 기지국 수사,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수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경찰이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할 때가 있다. 이 자리에선 기자들이 질문도 많이 한다. 그런데 경찰의 대답에서 ‘은근한 차이’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식이다. ‘강남 클럽 마약 건은 조직적 유통 정황이 나왔나?’라고 물으면 ‘클럽과의 관련성은 아직 못 밝혔지만 그런 방향으로 조직적인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마약 관련 얘기가 등장하나?’라고 질문하면 ‘마약 단어가 안 나와도 그럴 개연성은 있으니까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앞부분은 부정이지만 뒤쪽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이 나온다. 유착 수사는 다르다. 유착 의혹에 대해 물으면 ‘짚고 간다는 마음으로 수사하는데 다만 구체적으로 나온 증거는 없다’거나 ‘아무리 많은 직원이 연루됐어도 모두 처벌하겠다. 그런데 현재로선 조직적 유착으로 보기 어렵다’는 식이다.
이런 차이가 수사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이종석 사회부 차장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