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군사행보… 대미 압박 강화
사진 뉴시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총책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카운터파트 교체를 워싱턴에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동력은 유지하면서도 ‘빅딜’ 압박에서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경파 참모에 대한 ‘핀셋 공격’에 나선 것.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틀 연속 군사적 행보에 나서며 ‘신형전술유도무기’의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했다. 3차 정상회담 용의를 밝히면서도 이번엔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며 동시다발적 압박에 나선 것이다.
○ 北, 폼페이오 콕 집어 “바꿔 달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1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폼페이오는 지난 기간 평양을 찾아와 국무위원장 동지의 접견을 여러 차례 받고 비핵화를 애걸하고 뒤돌아 앉아 지난주 국회 청문회들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망발을 줴침(함부로 지껄임)으로써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또 “하노이 수뇌(정상)회담의 교훈에 비추어 보아도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곤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비핵화 협상 대표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권정근 미국국장의 문답으로 불만 수위를 조절했다.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을 겸하는 그는 지난해 11월 논평을 통해 제재 압박에 대해 “(북한)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 한다”며 비난하는 등 매파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뒤 미국이 김영철 교체를 요구한 것처럼 북한이 이번엔 폼페이오 교체를 요구하면서 협상판을 유리하게 다지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 김정은,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 무기 없어”
김 위원장은 16일 평양을 방어하는 공군부대를 찾아 비행 훈련을 지도한 데 이어 17일 국방과학원을 찾아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했다. 워싱턴을 의식한 듯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도 했다. 지난해 비핵화 대화 시작 이후 무기시험 참관은 처음으로, 재래식무기 관련 공개 활동을 통해 저강도 도발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이 군수 생산을 정상화하고 국방과학기술을 최첨단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단계적 목표와 전략적 목표들을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추가적인 무기시험 도발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옛 소련제 대전차 미사일을 역설계·제작한 ‘불새’ 계열의 대전차 로켓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은 이 로켓의 사거리를 늘리고, 탄두의 파괴력을 증강시킨 불새-2, 불새-3 신형 대전차로켓을 개발한 후 배치 중이다.
한편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북한의 사격 시험과 관련해 18일 “현재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는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 유관 각국, 특히 북-미가 서로 마주 보고 가고 대화를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