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8~12개월 비축분 있어"
"외화 부족으로 고관들의 소비 줄어"
"북의 남에 대한 불신 강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올해 말까지 미국의 자세가 변화하기를 기다릴 것을 시사한 것과 관련 고영환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 미 대선에 집중하게 되면 북한을 다룰 여유가 없어질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 부원장은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편집위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비해 식량과 석유 비축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8∼12개월 분의 비축분이 있어 제재를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북한의 석유와 식량 가격에 큰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고 부원장은 북한이 제재를 피해 석유 등을 비축하기 위해 불법 환적을 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많은 외화를 소비했다고 말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복잡한 움직임을 보인데다 불필요한 수고로 가격이 일반 시장 가격의 1.5∼2배 이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백화원초대소 개수 공사를 둘러싸고 관할 간부의 거액 외화 은닉이 드러나 숙청되는 등 외화 부정축재에 대한 규탄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고 부원장은 덧붙였다.
이때문에 북한은 시민들의 외환 거래를 국가보위성에 보고하는 등 규제하고 있으며 평소보다 외환 구입이 늘어나면 처벌받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총서기로부터 약 40억 달러(4조5480억원)의 통치자금을 물려받았는데 체제 정비와 대북 제재에 따른 영향 회피 등에 많은 외화를 써 지금은 10억 달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고영환 부원장은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철수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에 대해 러시아가 중국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북일 관계에 대해 고 부원장은 북한이 지난 1990년대엔 100억 달러(11조4000억원)를 식민지배 배상금으로 요구했었는데 지금은 200억 달러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고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일 관계 역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부원장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외교관을 지내다가 1991년 탈북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프랑스어 통역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