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만든 기형적 몸매 확산…방치하면 국민 건강 심각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복근 운동이 지나쳤던 탓일까. 아니다. ‘약물’의 부작용이다. 암시장에서 많이 거래된다는 성장 호르몬이 주범이다. 성장 호르몬이 배 속 내장 근육까지 키워서 부풀어 오른다고 한다. 약물 전문가에게 문의했더니 “내장 근육이 커졌을 수도 있고, 대사 작용이 왜곡돼 내장 비만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배뿐만 아니다. 여성형 유방(여유증)을 가진 몸짱도 적지 않다. 이건 애너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이다. 애너볼릭 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한 남성 호르몬이다. 역시 단기간에 근육을 키워준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몸속에서 분해될 때 여성 호르몬이 생성되면서 가슴이 커진다.
전문 보디빌더만의 문제가 아니다. 약물을 쓰는 사람들 상당수가 일반인이고, 그 수가 계속 늘고 있어 심각하다. 암시장에서 불법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세력들이 소셜미디어나 헬스클럽을 통해 몸짱이 되고 싶은 젊은이들을 무차별 공략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등은 전문 의약품이다.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 처방을 받고 근육 키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의사가 치료 목적 아니면 처방전을 써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법으로 거래하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의 기간 동안 써야 하는지도 모르고 막 쓴다.
암시장에서는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사이비 약물 전문가들이 약을 처방해준다. 이들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허용치의 10배까지도 처방한다. 한두 명에게 투약해보고, 문제없으면 계속한다. 불법 생체 실험이다. 그러다 부작용이 생기면 간 치료제, 여유증 치료제 등을 불법 구매해 또 판매한다. 이용자는 그 꼴을 보고도 약을 못 끊는다. 약물에 중독성이 있고, 약을 끊을 경우 한두 달이면 근육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그 왜소한 모습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계속한다. 마약 같다.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측도 “마약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한다. 마약은 단속법이 있어 판매자도 구매자도 다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약물에 대해서는 약사법에 따라 판매자만 처벌한다. 그래서 구매자가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약물 전문가들은 “지금은 선수보다 일반인 금지약물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민 건강이 위험하다”고 한다. 식약처는 구매자 처벌 등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판매자 단속과 구매자 계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에 관련된 문제라면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