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외교부 아시아 담당조직 12년 만에 개편 내달부터 사실상 중국局 신설 높아진 中위상-對中외교 무게 반영, 中-日 업무분리 현안에 기민대처 日-印-濠 등 묶은 ‘亞太局’ 출범… 美 ‘인도태평양전략’과 발맞춰 차이나스쿨, 조직개편 최대수혜… 中담당 8명 순증 ‘전성시대’ 예고
외교부는 16일 기존 ‘동북아시아국’(중국과 일본 등)과 ‘남아시아태평양국’(동남아, 서남아시아 등)의 2국 체계를 이번에 3국 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새 조직 개편에 따라 △중국 중심의 ‘동북아국’(일명 중국국)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이 묶인 ‘아시아태평양국’ △아세안 10개 나라 등이 묶인 ‘아세안국’으로 구성된다.
주인공은 단연 동북아국이다. 외교부 내 지역국 가운데 사실상 단일국가를 집중 공략하는 곳은 미국을 주로 담당하는 북미국과 이 동북아국이 유이(唯二)하다. 중국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정부가 대중 외교에 두는 무게를 엿볼 수 있다.
과중된 업무를 분산시키자는 취지도 있다. 중국과 일본 업무를 관장해왔던 현 동북아국은 미중일러 4강 외교의 절반을 맡고 있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0·31 사드합의를 이뤄 한중 관계가 봉합 국면이 되자 지난해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폐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등 일본과의 대형 외교 현안들이 줄줄이 터졌다. 동북아국 사정에 밝은 전직 외교관은 “국장 한 명이 모든 중국과 일본 외교를 맡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동북아국에는 국장과 그를 보좌하는 심의관 외에 조직편제에도 없는 ‘가심의관’을 두는 등 기형적인 인사구조가 존재했다. 국장이 ‘일본통’이면 심의관은 ‘중국통’인 식으로 책임을 분산했고, 가심의관이 물밑에서 국장을 도와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한 당국자는 “이제까지는 중국과 일본 이슈가 번갈아가며 불거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한일 외교 이슈가 동시에 터지면 업무 과부하를 견딜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은 깊게, 일본은 넓게 보자는 게 목표”
중국과 일본 외교 업무 분리를 통해 현안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외교 강국들도 보통 중국과 일본을 분리해 챙기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실 산하에 중국 담당 부차관보와 한일 담당 부차관보로 나누고 있고, 러시아도 아주1국(중국) 등과 아주3국(일본, 아세안, 오세아니아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영국과 일본도 중국을 별도의 과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지만 아태국 출범은 새로운 대일 외교의 시작점으로도 평가받는다. 기존의 양자 관계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본 업무를 주변 국가들과 연계해 접근하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일본 외에 호주, 인도 등이 미국의 신(新) 안보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만큼 향후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조를 맞추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일 양자 관계가 어려울 때 오히려 다자 체제나 안보 협력처럼 측면 돌파를 모색하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차이나 스쿨’ 기 펴나
이번 조직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차이나 스쿨’이란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중국 업무를 전담하는 동북아국이 출범하면서 중국 전문 외교관 그룹인 ‘차이나 스쿨’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차이나 스쿨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가 이뤄진 뒤 급속히 성장해왔지만 ‘저팬 스쿨’(일본 외교 전문가 집단)보다 역사가 짧다. 역대 동북아국장의 면면만 살펴봐도 김하중 전 주중대사, 박준용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제외하면 차이나 스쿨을 찾아보기 힘들다. 2017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일본 외교 전문 인력이 동북아시아국장·심의관을 모두 맡는, ‘저팬 스쿨’ 독점 체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였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