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 ‘지구의 심장’ 프로젝트: 본보가 전한 환경문제 해법 ‘트리플래닛’ 운영 김형수-정민철 씨
서울 성동구 마장로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 창고에서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가 공기 정화 식물인 ‘스파티 필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해외 언론이 소개하는 기발한 환경 문제 해법은 동아일보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m³당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넘어 대기 질 ‘나쁨’을 기록한 올해 2월 20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의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을 찾아 창고 문을 열었더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풀 냄새가 향긋했고 공기는 촉촉했다.
마오리 소포라, 생선뼈 선인장, 구아버…. 특이한 이름의 나무들이 광합성을 돕는 보랏빛 조명 아래 줄지어 서 있었다.
전 세계에 나무를 심는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은 2010년 설립됐다.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등 세계 12개국에 숲 190곳을 조성해 약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숲 한 곳마다 나무 400∼500그루를 심는 방식이다. 올해 1월에는 나무 한 그루를 사면 한 그루를 숲 조성에 기부할 수 있는 ‘반려나무 입양’ 사업도 시작했다.
트리플래닛 공동 창업자는 김형수 대표(32)와 정민철 이사(33)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 수목장(樹木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정 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유학 때 친구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즐겨 먹는 것을 보고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정 이사는 “2008년 군대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며 “‘환경을 보호하려면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했고, 이를 창업으로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나무를 쉽게 심도록 할까’라는 문제를 고민하던 두 사람은 동료 사병들이 ‘농장 키우기’라는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걸 보고 나무 키우기 게임 ‘앱’을 떠올렸다. 제대 후 2010년 서울시와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사업을 꾸렸고, 2011년 각국 소셜 벤처들이 참가한 세계 벤처 경연대회에서 3위를 거두며 주목받았다.
이들이 개발한 게임은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케이팝 팬덤 문화가 큰 도움이 됐다. 이들은 아이돌 가수의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나무에 붙인다는 점에 착안해 ‘스타의 숲’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팬들이 합심해 나무를 키우면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동방신기 숲’은 중국, 미국 등 세계 각지 팬 1646명이 합심해 한국과 인도에 만들었다. 엑소, 샤이니, 소녀시대 등 케이팝 스타의 이름을 딴 숲만 전 세계에 32곳이 있다.
○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나무
국립산림과학원도 2017년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를 숲이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기계(공기청정기 등)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화석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 공기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명목하에 되레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맑은 공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이 커지자 대기업들도 이들과 손을 잡았다. 한화는 7년째 트리플래닛과 함께 숲을 조성하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공식 협력사다.
○ “반려나무를 입양하세요”
트리플래닛은 올해 초 나무 키우기 게임을 공식 종료하고 ‘반려나무 입양’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나무 한 그루를 사면, 다른 한 그루를 구입자 이름으로 매립지에 심어주는 형식이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빈곤국에 한 켤레를 기부해 주는 미국 ‘탐스슈즈’ 사업 모델과도 비슷하다.
최근 트리플래닛이 조림하고 있는 곳은 인천 수도권 매립지다. 서울 경기 인천 주민 약 2500만 명의 쓰레기가 처리되는 곳으로 면적만 16km²가 넘는 곳이다. 특히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길에 자리하고 있어 ‘미세먼지 방풍숲’으로도 유명하다. 트리플래닛은 3년 전부터 이곳에 느티나무, 소나무 등을 심었다. 현재는 거의 나무로 채워진 매립지 비탈면은 쓰레기가 가득했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 이사는 “1억 명이 나무를 키우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 경험이 나무를, 자연을 사랑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때 정말로 미세먼지가 없는 세상이 오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