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T 위즈
“4D 영화 보는 느낌이었어요.”
강백호(20·KT 위즈)에게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은 다사다난했던 하루였다.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프로 데뷔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써 안정적인 블로킹과 프레이밍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KT는 20일 경기에서 포수 이해창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어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장성우를 대타로 활용한 뒤 안방을 맡겼다. 그리고 1-2로 뒤진 9회 무사 1·2루, 2루주자 장성우를 대주자 고명성과 교체했다. 장성우가 ‘정말 나를 빼나?’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 것도 당연했다. 포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동점 내지 역전에 성공한다면 최소 1이닝은 수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결국 4-2로 역전에 성공한 KT는 안방에 강백호를 앉혔다. 그는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업했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외야수로만 뛰었다. 그런 그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강백호는 연장 10회 1사 끝내기를 맞기 전까지 1.1이닝 동안 별다른 실수 없이 안방을 지켰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도 안정적으로 블로킹했고, 프레이밍으로 정훈의 삼진을 유도하기도 했다.
21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8회부터 (강)백호에게 물어봤다. ‘포수 되겠나’라고 물으니 되겠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박경수는 LG 트윈스 시절이던 2014년 포수 땜빵으로 나선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최근에 포수를 봤던 강백호가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이 감독은 “안정적이었다. 프레이밍이 수준급이었다. 주위에서도 칭찬을 많이 하더라”고 강백호를 칭찬했다.
박철영 배터리코치 역시 “확실히 야구천재 맞다. 어디에 갖다 놔도 잘한다”며 “내가 알려준 건 사인 뿐이다. 나머지는 본인이 해오던 대로 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연습 송구를 지켜본 양상문 감독은 “깜짝 놀랐다. 저런 불펜포수가 있나 했더니 강백호였다”고 감탄했다. 송구를 받았던 박경수도 “대포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심우준은 “그런 송구는 야수 글러브를 찢어버리겠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강철 감독은 10회 만루 위기에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강백호와 손동현 배터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활짝 웃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강백호는 “동현아, 볼 좋아. 던지고 싶은대로 던져”라고 했고, 땜빵 포수의 여유가 기특했던 이 감독이 파안대소한 것이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