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 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자신을 배제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나는 여전히 우리 (협상)팀의 책임자”라고 받아쳤다. 북한의 협상대표 교체 요구를 일축하며 트럼프 행정부 내의 굳건한 입지를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요구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변한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협상)팀을 책임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적인 (협상) 노력을 책임지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계속 이끌어가는 것은 나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비핵화) 약속을 했고, 내게도 개인적으로 여러 번 이야기했다”며 “우리가 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여전히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외교팀이 계속 그런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단골’ 비난 대상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희떠운 발언’ ‘매력 없고 멍청해 보인다’는 등 최 제1부상의 공격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 및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 후 찍은 사진을 올리고 “훌륭한 회담이었다”고 했다. 고노 외상과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미대화 재개를 낙관하는 폼페이오 장관 등 미 고위인사들의 잇따른 발언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에 대한 좌절 및 불안감이 있다고 CNN이 20일 전했다. 특히 비건 대표가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원하며, 북한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점점 좌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5일 전후에 첫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더 밀착하면 북미 대화가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