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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임명은 국민 개무시하겠다는 것”…장외로 나간 한국당

입력 | 2019-04-21 17:04:00


“(문재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북한 제재를 해제해 달라 구걸하고 다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변인 역할만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취임 후 첫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상에 올라 “오늘 정말 피 끓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왔다”며 정부를 향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으로 얼어붙은 정국이 한국당의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장외집회로 완전한 경색국면에 돌입했다.

“이미선 임명은 국민 개무시하겠다는 것”

황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정말 폭망(폭삭 망했다)”이라고 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의 단독 회담 시간이 2분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 “2분이 뭔가. 대한민국 자존심은 어디에 팔아놓고, 왜 북한제재를 풀어달라고 구걸하러 다니나”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 내가 선봉에 서겠다”고 하자 집회 참석자들은 “황교안”을 연호했다.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 김태흠 의원은 “이미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 강행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마저 ‘개무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수사처법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버려야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번 집회를 앞두고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에 동원 인원까지 책정해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전력을 풀가동했다. 한국당은 2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 내부에서는 “일시적으로 참석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0만 명까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경찰은 참석인원을 1만 명 정도로 비공식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꺼져가는 국회정상화 불씨

여당과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황 대표의 ‘김정은 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은 “황 대표는 5·18 망언을 솜방망이 징계하는 등 민심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오로지 당원들에 기반을 둬 대선 출정식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는 극렬극우 세력과 토착왜구 옹호세력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토착왜구’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국론분열을 가져왔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대치 정국의 첫 번째 분수령은 여야 4당의 선거법과 고위공직자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캐스팅보터’인 바른미래당의 김관영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오신환 사무총장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을 사개특위에서 사보임시키고 찬성파 의원들로 교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지지 않은 사안에서 특정 의견을 관철시키려 사보임 권한을 활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할 경우 25일 국회에 제출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포함한 모든 국회일정을 멈출 예정이다. 매 주말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장외에서 ‘대국민보고대회’를 여는 등 원내외 투쟁을 병행키로 했다.

여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도 없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16일 중앙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23일 귀국 후 본격 추진된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청 모두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인 5월 초순까지 선거제 패스트트랙, 근로기준법, 공수처법 등 현안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