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덱 맥과이어가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덱 맥과이어(30)는 매 경기 살얼음판 투구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팀의 1선발로 기대를 모았으나, 페넌트레이스 개막 후 20일까지 5경기에 선발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56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타선의 충분한 득점 지원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지 못한 탓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3년간(2016~2018시즌) 외국인투수의 합산 성적이 26승49패에 불과했던 삼성 입장에선 분명 민감한 이슈였다.
그랬던 맥과이어가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동안 안타 없이 1볼넷 1사구 12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14번째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팀의 16-0 승리를 이끌며 KBO리그 데뷔 첫 승을 노히트노런으로 장식했다. 2016년 6월 3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기록을 작성한 마이클 보우덴(전 두산 베어스) 이후 3시즌만에 나온 노히트노런이자 삼성 선수로 한정하면 1990년 8월 8일(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태일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9년 만이다.
이날 맥과이어는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55개)과 슬라이더(46개), 커브(16개), 체인지업(11개)을 섞어 총 128구를 던졌다. 주무기였던 커브의 비중을 낮추고,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통했다. 이날 맥과이어와 호흡을 맞춘 포수 강민호는 “변화구 컨트롤이 잘 잡혔고, 슬라이더가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덱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 기념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맥과이어가 9회말 최진행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노히트노런을 완성한 순간, 삼성 선수들은 일제히 마운드로 달려나가 맥과이어를 축하했다. 경기장을 찾은 1만2761명의 팬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여기저기서 축하를 받느라 정신이 없던 맥과이어는 “믿기지 않는다. 믿어준 감독, 코치님과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6이닝을 마친 뒤부터 피니시 라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히트노런은 고교 시절 이후 처음”이라고 운을 뗐다.
맥과이어는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코치님들의 도움을 받아 기술적으로 많은 부분을 손봤고, 통역과 스카우트도 많은 도움을 줬다”며 “포수 강민호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 항상 내가 자신감을 갖고 던질 수 있도록 리드했다. 그 덕분에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대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