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근 에어부산 대표 의견 밝혀 취항 11년 에어부산 기반 튼튼…짐 아닌 도움 되는 자회사 될것
19일 부산 현지에서 만난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사진)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화제에 오르자 “가슴 아픈 이야기”라면서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의 향방에 대해 담담하게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된 15일 직원들을 강당으로 불러 모은 일화부터 이야기했다. 한 대표는 “창립 이후 가장 많은 200여 명이 한 번에 모였을 것이다. 직원들이 에어부산이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모회사가 매각됐고 우리도 매각되겠지만, 에어부산이 없어지거나 그럴 일은 전혀 없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노력하자’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로서의 매각 가치를 높이자는 걸 강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에어부산이 인천발 국제노선 취항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매각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어부산은 그동안 지방 공항에서만 국제선을 띄웠을 뿐 인천국제공항에서 뜨는 노선은 없었다. 첫 도전으로 에어부산은 올해 5월 초에 발표될 예정인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에 집중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인천발 중국 노선에 사활을 걸었다. 김해공항은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 포화 상태라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어 인천 진출이 필요하다”며 “기존엔 지방에서 김포공항으로 왔다가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서 국제선을 타야 했다. 인천발 국제노선이 생기면 김해나 대구공항에서 체크인 한 뒤 에어부산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왔다가 곧바로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노선 운영이 가능해진다. 국내 어떤 LCC도 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 측은 인천발 국제노선을 확보하면 매출이 기존(6457억 원)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노선을 확보하면 매각 시 노선 프리미엄도 붙을 수 있다. 알짜 노선 확보는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도 윈윈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대표에게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에 있는 △비수익 노선 정리 △기재 축소(보유 항공기 정리 등) △인력 생산성 제고가 구조조정을 말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대표는 “제가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결국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최근 항공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5%를 상회하는데, 한국은 잘해야 8∼9% 정도다. 인수자도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할 테지만 수익성 재고를 위한 구조조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199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2013년 에어부산으로 자리를 옮긴 27년 ‘아시아나맨’이다. 인터뷰 중간중간 매각에 대한 아쉬움이 새어 나왔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너무 안 풀렸다. 기내식 사태가 터지면서 영업이 꼬였고, 국토부가 기체 결함 및 지연에 대비해 비상 상황에 대체 투입할 수 있는 예비기를 더 갖추라고 하면서 부정기 편을 띄우지 못해 현금 수익이 줄어 현금도 안 돌았다. 거기에 유가까지 올랐다.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 여러모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주인은 현금이 풍부하면서도 항공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