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 지난해 40세 나이로 대표 맡아 12개 브랜드 책임자 30대로 교체…“고객-현장 섬기고 결재속도 높여”
11일 명동 스파오 매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최운식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대표는 “스파오(SPAO)를 3040세대도 찾는 국민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며 “이랜드그룹의 각종 캐릭터를 한데 모은 ‘스파오 프렌즈’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말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30, 40대 ‘젊은 피’를 계열사 대표들로 발탁했다. 2020년 이랜드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41)는 박 회장이 지목한 젊은 리더 중 대표 주자다. 최 대표는 평사원 출신으로 만 40세에 매출 2조3870억 원(지난해 기준)이나 되는 조직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국내 패션 사업을 총괄하는 이랜드월드는 대표 브랜드 스파오를 비롯해 미쏘, 뉴발란스 등 17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11일 명동 스파오 매장에서 만난 최 대표는 “제가 과감한 시도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사가 저를 CEO로 앉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 취임 후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대표는 취임 후 곧바로 파격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여러 브랜드를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등으로 묶어 관리하던 기존의 비즈니스유닛(BU) 장을 없앴다. 주요 12개 브랜드를 각각 담당하는 ‘브랜드장’을 모두 30대 직원으로 선발해 최 대표 직속으로 뒀다. 조직의 평균 나이를 확 낮추고 결재 단계를 줄인 것이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게 있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대표 브랜드인 스파오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요즘 그가 주력하는 과제다. 2009년 론칭한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이 3200억 원 수준이다. 일본의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 이은 업계 2위다. 전 연령대에 고루 인기를 끄는 유니클로에 비해 1020세대와 중국인 소비자에게 인기를 끄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최 대표는 “중고등학생 때 스파오를 입던 고객이 대학 졸업 후에도 유니클로 대신 스파오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내년엔 스파오 스포츠와 키즈 라인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스파오는 올 가을·겨울 신상품부터 포맨·포우먼 라인의 제품 구성을 확대한다. 3040세대를 잡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 팀을 꾸렸고, 셔츠 슬렉스 슈트 등을 합리적 가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스파오 프렌즈’란 신사업도 시작한다. 카카오와 네이버처럼 자사 캐릭터를 상품화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시·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랜드그룹은 티니위니 등의 캐릭터를 키워낸 경험이 있고, 코코몽 따개비 포인포 등의 캐릭터도 갖고 있다. 그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듯한 공간을 스파오 매장과 로드숍, 백화점 및 쇼핑몰 등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스파오×해리포터 시즌2’를 선보인다. 스파오가 지난해 선보인 해리포터 제품은 출시 당일만 25만 장 이상 팔려 하루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포켓몬고 게임 제작사가 하반기 ‘해리포터고’를 선보이는 만큼 또 한 번의 해리포터 붐이 기대된다”며 “스파오와 함께 미쏘, 뉴발란스를 이랜드월드의 3대 축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