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기내 간식 퇴출로 알아보니 알레르기 유발 주요 식품으로… 우유, 달걀, 땅콩 등 8가지 꼽혀
이달부터 대한항공이 땅콩을 기내 간식으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탑승하지 못한 일이 계기가 됐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심하면 봉지를 뜯을 때 나는 냄새만 맡아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민감하다. 앞서 싱가포르항공과 콴타스항공,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도 같은 이유로 땅콩 제공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과연 땅콩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만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몇몇 국가에서는 땅콩 알레르기 환자가 유독 많고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미국 콜로라도대와 싱가포르 아동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2013년 세계 89개국에서 식품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환자를 조사해 국제학술지 ’세계알레르기협회지‘에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경우 영국이 식품 알레르기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콜롬비아, 핀란드, 리투아니아, 폴란드,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호주, 일본 등의 순이었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상위권에 속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2위)과 홍콩(16위) 등이 속했다. 한국은 세계 상위 23위 안에는 없었지만, 5세 이하 식품 알레르기 환자 비율 순위에서는 호주와 핀란드, 캐나다에 이어 8위였다.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다.
최근 학계에서는 식품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품 알레르기가 발생할 만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로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조리법이나 체내 비타민D의 양, 장내 미생물의 조성,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 항생제에 노출된 정도 등 환경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미국 콜로라도대와 싱가포르 아동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미국이 땅콩을 볶아 먹는 데 비해 중국은 튀겨 먹는 경우가 많아 땅콩 알레르기 위험이 낮으며, 사계절 중 자외선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신생아 때 비타민D 합성 효율이 비교적 낮아 식품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8일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식품 알레르기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공동연구팀은 2007∼2015년 식품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임신 기간이나 모유 수유 기간에 빵과 과자를 많이 먹으면 아기가 식품 알레르기를 겪을 확률이 1.5배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과자류에 든 트랜스지방이 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랜스지방은 면역계를 지나치게 활성화해 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항체는 다음에 같은 항원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즉각 반응한다. 심각한 경우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저혈압, 실신 등 전신 면역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난 환자의 약 35%는 식품 알레르기가 원인이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