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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 ‘기대반 우려반’

입력 | 2019-04-22 03:00:00

시민의 숲-전시컨벤션센터 등 조성… 마이스산업 전진기지로 개발 추진
시민들 “도심에 휴식처 생겨 좋아”… 상인들은 “생존권 위협” 강력 반발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이 17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합경기장 개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아이들과 도심에서 갈 곳이 많지 않았는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지역 경제와 중소상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까 걱정입니다.”

전북 전주시가 1963년 지어진 뒤 체육시설로서 기능을 상실한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21일 전주시에 따르면 12만3000m²의 종합경기장 터를 도시재생방식으로 개발해 시민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시는 이곳을 사람 생태 문화를 담은 ‘시민의 숲’과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등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전진기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시민의 숲은 나무와 꽃으로 꾸미는 정원의 숲, 예술의 숲, 놀이의 숲, 미식(美食)의 숲, MICE 숲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조성된다. 이들 숲은 종합경기장 전체 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4만 m²의 MICE 산업 부지에는 국제 규모 전시장과 회의장 등을 갖춘 전시컨벤션센터와 객실 200개 이상의 호텔이 들어선다. 판매시설 터는 전주시가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임대해주는 대신 롯데쇼핑은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기부채납한다. 호텔도 20년간 롯데쇼핑이 경영한 후 전주시에 반환한다. 현재 전주 완산구 서신동 롯데백화점도 이곳으로 이전한다.

판매시설 면적은 과거 6만4000여 m²에서 절반 이하인 2만3000m²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주시의 설명이다. 시는 롯데쇼핑과 올해 사업시행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7월경 본격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시민 김모 씨(41)는 “아이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공원과 판매시설이 들어서면 멀리 가지 않고도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전라북도중소상인연합회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은 “지역경제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대기업 손에 맡기려 하고 있다”며 “전주시는 (판매시설이 없는) 시민의 숲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반발하고 있다.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은 2005년 전주시가 전북도에서 터를 무상으로 양여받으면서 추진됐다. 시는 2012년 롯데쇼핑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롯데쇼핑에 종합경기장 용지의 절반을 주는 대신 롯데쇼핑이 도심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따로 건립해준다는 계획이었다. 열악한 재정으로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나온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민선 6기 김승수 시장은 지역상권 붕괴가 우려된다며 롯데쇼핑과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시민공원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이를 위한 대체 체육시설 자체 건립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땅을 매각하지 않고 판매시설을 최소화해 상권을 보호하자는 종합경기장 개발 세 가지 원칙을 지킨 최선의 안”이라며 “종합경기장 터가 전주의 새로운 성장 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종합경기장 개발에 따른 대체 체육시설로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900억 원을 들여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육상경기장(1만5000석)과 야구장(8000석)을 건립할 계획이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