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수입을 나타내는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2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반도체 경기 호조로 인한 법인세 증가와 부동산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로 세금이 많이 걷힌 데 반해 GDP 증가율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밑에서 일곱 번째로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세금에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지난해 27%나 됐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스웨덴 프랑스 등은 이미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복지 혜택도 많아 한국과 조세부담률을 1 대 1로 비교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서 급증하는 복지 지출을 감당하려면 2027년경 국민부담률이 OECD 평균인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청년은 줄고 노인은 많아져 가만있어도 지출이 늘어날 텐데 정부는 복지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저소득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은 올해부터 월 20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으로 늘었고 아동수당 대상도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더구나 작년까지 반도체 호황 등의 덕을 본 ‘세수 풍년’을 올해부터는 기대하기 힘들다. 세수가 줄더라도 한 번 늘어난 복지 혜택은 줄이기가 어려운 데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건강보험 누적 준비금은 2026년경 바닥을 드러내고 국민연금도 2050년대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시 모두 국민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사회보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하면 조세부담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