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말 중국 정부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하자마자 한국 정부가 부인했던 내막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제3국 시장 진출에서 중국 일대일로와 협력하듯 한국도 협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했지 참여한다고 말한 적 없다”는 게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이었다.
일대일로는 해외 인프라 건설 투자를 통해 주변 국가들을 연결하겠다는 중국의 대형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125개 국가가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통상적이라면 이들이 일대일로 참여국일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미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대일로가 ‘약탈적’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를 강하게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로마는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칠 수 없다는 걸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일대일로 포럼에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한 일본 인사의 말이다. “미국이 일본과 무역 협상을 벌이면서 일본에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말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요.” 한국도 미국의 압박에 직면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말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 게 심상치 않다. 한국이 일대일로와 접점을 찾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신남방정책을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연결시킨 데는 분명 의도가 있을 것이다.
왕 위원은 회견에서 “(미국이) 다른 국가의 일대일로 참여를 막을 권리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더 많은 나라가 더 적극적으로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지난달 말 정부 당국자는 “일대일로에 대한 한국 입장은 사실 모호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모든 분야에서 미중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당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모호하게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