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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Z세대의 출현… “반칙-불공정은 꺼져라”

입력 | 2019-04-22 03:00:00


Z세대는 억압과 차별, 불공정과 반칙에 분노한다. 지난달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의 뺨에 ‘여성의 힘’을 뜻하는 영어 약자가 적혀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한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화려하고 분주한 상점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모는 아이가 왜 기쁘고 들뜬 마음을 갖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울면 선물을 사주지 않겠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부모는 다시 찬찬히 왜 우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발이 아프다”는 것. 부모는 아이의 발을 살피기 위해 무릎을 꿇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분주하게 걸어 다니는 다른 사람들의 다리가 보였고, 아이에게 넓은 쇼핑몰은 걷기 만만치 않은 곳임을 알게 됐다.

이처럼 상대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는 건 부모와 자녀 간에도 무척 어려운 과제다. 필자도 예전에 한 후배에게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공감 능력 부족’을 지적받은 적이 있다. 과거와 달리 냉장고에 항상 음식이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자란 직원들이 어떻게 헝그리 정신을 이해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지금 이 시대의 젊은 직원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는 건 아무런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고, 상대의 입장에서 실제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갑자기 공감이나 상대의 입장 얘기를 꺼내든 건, 바로 ‘완전히 새로운 세대’, 이제 거대한 소비집단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Z세대’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 기성세대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비슷한 우(愚)를 범한다. 불편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새 세대를 바라보고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래하면 새로운 세대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미래 소비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이런 노력은 필수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유례없는 불황 혹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기회의 문이 좁아지는 걸 온몸으로 체험했기에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자신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늦게 오거나 일찍 자리를 뜨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수업 시간에 출석을 3번은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대학생들이 나타난 건, 그들이 결코 ‘남의 사정은 전혀 배려할 줄 모르고 성적에만 집착하는’ 세대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공정의 관점에서 원칙주의적이고 보수적이며 또한 실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Z세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생각도 이전세대, 특히 바로 앞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도 완전히 다르다. Z세대에게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구별되는 그 무엇이 아니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세계의 구성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밀레니얼 세대보다 Z세대가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더욱 자주 찾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이유다. Z세대를 특히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대한 이들의 생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에 대한 관점과 수용도야말로 이들을 이전 세대와 완전히 구분 짓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동성애자이고, 미국과 독일 등 주요 국가의 리더가 흑인이거나 여성인 것을 보고 자란 이들에게 인종, 성별, 성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이 각기 다른 정체성과 취향을 가진 전 세계의 또래집단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고 교류해 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다양성 수용도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서 다룬 바 있는 Z세대에 대해 다들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할 때가 됐다. 그들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소비집단’ ‘생각과 성향이 다른 직원’의 등장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세상, 그리고 미래의 경영 환경의 변화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남국 DBR편집장 mar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