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기자회견장의 미국과 일본 외교·국방장관. 워싱턴=AP 뉴시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북핵 대응이란 공동 목표를 앞세운 양국 장관의 ‘찰떡’ 공조는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더 긴밀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및 연관 프로그램, 시설을 모두 폐기하기 전까지 대북 제재가 유지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북핵만이 아니다. 사상 최초로 사이버 공간까지 포함한 군사 협력, 센카쿠열도 등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에 대한 미국의 ‘화끈한’ 지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비전 공유…. 양국이 기자회견 및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과시한 공조의 범위는 광범위했다.
이를 지켜보며 “4월 중순부터 한국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던 한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의 우려 섞인 경고가 떠올랐다. ‘2+2’ 회담을 시작으로 4, 5, 6월 연달아 세 번의 정상회담까지 열며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의 입김이 북핵 문제를 풀어 보려는 한국의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일본에 정통한 또 다른 워싱턴 인사는 기자에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거 봐, 내가 뭐랬어(See? I told you)’라고 했을 것”이라며 “두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으려는 아베 총리의 노력은 정말 엄청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웃 국가나 동맹의 지지 없이는 ‘조기 수확’의 필요성 언급이나 남북경협 추진 시도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밀착하는 북-중-러 및 미일 사이에서 애매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한국을 두고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비난한 북한은 되레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는 한미일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이 냉정하고도 치열한 외교 무대에서 이웃 일본을 좀 더 활용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아쉽다”는 미 국무부 관계자의 지적이 아프게 다가왔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