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반칙이고 범죄입니다] <上> 더 세진 ‘전관예우 불패’ 공직퇴임 변호사들의 반칙 영업 로스쿨 출신 합류로 변호사 급증… 1인당 수임 6년새 절반으로 뚝 전관 수임건수는 크게 변화없어… 사무장이 ‘판사님’ ‘검사님’ 호칭 전관 드러내며 의뢰 은근히 압박… 의뢰인에 접대비 요구했다 징계도 “수임료 의무공개 등 법개정 필요”
최근 서울의 한 로펌 사무장은 사건 의뢰인과 전화 상담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무장은 “스피커폰 통화 모드로 검사님(검사 출신 변호사)이 같이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화는 사무장 혼자 했다. 의뢰인이 사건을 맡길지 망설이자 사무장은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2017년 변호사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요즘 변호사업계에선 ‘사건을 맡으려면 자존심 따위는 버려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할 정도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판사나 검사 출신 등 공직퇴임 변호사들은 대부분 예외다. 사건 의뢰 상담 전화를 단번에 끊어버릴 정도로 사건이 몰린다.
○ 변호사 급증에도 전관 무풍지대
일부 공직퇴임 변호사는 ‘전관 특수’에 기대서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법조윤리협의회가 공직퇴임 변호사들의 수임 실태를 조사해 징계를 지방변호사회에 요구한 건수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15.6건이었다.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하거나 사무장에게 상담을 맡긴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방 법원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2012년 6월 접대비 명목으로 의뢰인에게 3300만 원을 요구했다가 징계 대상에 올랐다. 검찰 출신 B 변호사는 2013년 5월 자신이 근무했던 검찰청의 사건을 맡아 수임제한 규정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와 유사한 ‘전관 특수’ 반칙과 불법으로 공직퇴임 변호사들의 호황이 유지되고 있다.
○ 고액 사건 쓸어가는 ‘슈퍼 전관’들
○ 전관예우 방지책 ‘백약 무효’
공직퇴임 변호사 중 슈퍼 전관, 특정 변호사 비율은 전관예우 척결을 위해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온 2015년 7.2%까지 치솟는 기현상을 보였다. 2014년 12월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으로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개정됐고, 2015년 11월엔 법조윤리협의회가 전관예우를 막자는 법조인윤리선언을 제정했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슈퍼 전관이 더 활개를 친 것이다.
결국 슈퍼 전관 비율이 높아지던 2016년 4월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이 연루된 대표적인 전관 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가 터졌다.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자 그 비율은 잠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2017, 2018년 연달아 5.1%를 유지하며 법조윤리협의회가 집계한 7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또 2012년부터 7년간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변호사법이 6차례 개정됐지만 법조계에선 실효성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의 개업을 제한하고, 사건 수임 명세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등 근본적인 변호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법부와 검찰도 전관예우가 일상화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