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반칙이고 범죄입니다] 경기중앙변호사회 소속 29명뿐 법원 관할 관계없이 수임 가능해… 서울 전관들, 출장 와 사건 싹쓸이
“예전에는 경기 지역 법원에서 서울 지역 변호사들이 보이는 곳은 합의부 사건 재판 정도였어요. 그런데 점차 단독 사건 재판에서도 서울 변호사들이 눈에 띄더니 이제는 가사 단독 사건 재판까지 서울 변호사들이 수두룩합니다.”
경기 수원에서 활동 중인 한 변호사는 최근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경기 지역 법원 사건 다수를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수임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원지법에 접수된 형사 공판 사건은 3만2123건으로 서울중앙지법(1만6651건)의 2배를 넘어섰다. 변호사 수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어 수원과 성남, 안양 등 경기 남부 지역 변호사들이 속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가 전국에서 2위다. 지난해 957명으로 1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법조계에선 ‘서울 전관’ 때문에 ‘경기 전관’이 기를 못 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전관 변호사들이 경기 지역으로 출장을 가서 주요 사건들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거리가 가까운 데다 교통 여건이 좋아 1시간 정도면 경기 지역 법원에 도착한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이나 강남역 인근 대형 로펌에서 서울북부지법을 가는 것보다 수원고법까지 가는 게 시간이 덜 걸린다. 경기 지역 변호사들 사이에선 교통 사정이 좋아질수록 수임 상황은 안 좋아진다는 푸념이 나온다. 현행법상 변호사들은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법원 관할과 관계없이 사건을 맡을 수 있어 서울에서 개업을 해도 지방 사건을 맡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지난달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이 개원해 수원과 인근에선 지역 변호사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수원지법이나 수원지검에서 근무하다 퇴임했더라도 수원고법이나 수원고검 사건을 수임하는 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고법과 수원고검이 있는 광교법조타운 분위기는 썰렁하다. 수원의 한 법률사무소 직원은 “수원고법이 개원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서울 변호사에 경기도 다른 지역 변호사들까지 몰려와 오히려 수임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