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초중고 두발규정 삭제 추진… “자율 존중” “생활지도 혼선” 팽팽 학생의견 대폭 반영한 학칙 초안… 학부모들 “레게파마 지나쳐” 제동 전문가도 허용기준 싸고 의견차 커
교육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16일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어 ‘학생생활 지도를 위해 두발과 복장 등 용모를 학교장이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7호’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항을 토대로 각 학교는 머리 길이 몇 cm, 파마 금지 등 구체적 용모 기준을 정해 왔다. 교육부는 “학생 개성을 존중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며 “용모 관련 교칙은 학생과 교사가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이 연내에 시행령에서 삭제되면 학생 용모에 대해 ‘학교 규정’을 둬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그 대신 학교생활규칙에서 두발이나 화장에 관한 원칙을 정할지 말지, 정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각 학교가 학생, 학부모, 교사와의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실제 최근 서울 송파구의 H중학교에선 ‘학교생활 규정’ 제정안을 놓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이 대립했다. 학생 의견을 대폭 반영한 초안에는 ‘염색, 파마, 입술 색조화장, 옅은 눈 화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올해 초 서울시교육청은 “용모 교칙을 개정할 때 학생 의견을 50%까지 반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굵은 웨이브파마, 레게파마까지 허용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옅은 눈 화장의 기준도 애매하고, ‘얼굴 전체 화장도 허락해 달라’고 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학교 측은 ‘어두운 염색’과 ‘입술 화장’을 허용한다는 내용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한 상태로 확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시행령 근거 규정 폐지에 찬성하는 측은 학생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학교 생활규정도 학생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거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에 민감한 학생 시절에는 원치 않는 통제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처럼 머리길이, 색, 화장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국가는 별로 없다.
반대 측은 두발과 복장 자율화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학생 생활지도, 면학 분위기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근거 규정’은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의 자기결정권만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학교에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다만 일률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학교 규정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등 모든 교육 관계자가 공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