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사진제공|KPGA
지난해 갑상선 종양 투병을 이겨내고 필드로 돌아와 잔잔한 감동을 안겼던 ‘탱크’ 최경주(49·SK텔레콤)가 오랜만의 우승 경쟁을 펼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총상금 690만 달러·약 78억 원)에서 마지막까지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13개월만의 톱10 진입이라는 성과를 냈다.
최경주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09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파 277타를 기록하고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월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 공동 5위 이후 1년 1개월만의 10위권 진입이다.
필드 복귀 후 첫 우승 경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대회였다. 최경주는 지난해 8월 허리와 옆구리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 체중을 줄이던 도중 갑상선 종양이 발견돼 8월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두 달 넘게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고, 체중 역시 10㎏ 정도를 감량하면서 몰라보게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2월 피닉스 오픈을 통해 이번 시즌 PGA 투어로 복귀한 최경주는 계속해 하위권을 맴돌았다.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고, 이달 초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도 공동 69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모처럼 호성적을 내면서 2011년 이후 8년만의 우승에도 도전해볼 수 있게 됐다.
최종라운드 초반 한때 공동선두까지도 올라섰던 최경주는 15번 홀(파5) 버디 퍼트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동선두 판정쭝(28·대만)과 맷 쿠차(41·미국)를 2타 차이로 쫓던 상황에서 이 2m 거리 퍼트가 들어갔다면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공이 홀을 외면했다. 본인 역시 퍼트 이후 허탈하게 웃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최경주는 결국 파3 17번 홀과 파4 18번 홀에서 내리 보기를 기록하고 공동 10위로 최종라운드를 마쳤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판정쭝에게 돌아갔다. 2017년 PGA 투어로 뛰어든 판정쭝은 12언더파 272타를 작성하고 생애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또한 1987년 LA 오픈 전쩌중(61·대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대만 출신 프로골퍼가 됐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