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패셔니스타 닉 우스터가 말하는 옷 잘입는 법 옷 사기전 ‘자기분석’부터 한후 성격-체형에 맞아야 감각 살아나 내성적일땐 튀는 옷은 되레 위축… 뚱뚱하다고 헐렁한 옷 입으면 안돼 좋은 체형 만드려면 헬스장 가고 클래식한 디자인 골라야 오래 입어 한가지 색으로 가야 딱 떨어진 느낌
백발의 닉 우스터는 슈퍼마켓에 갈 때도 옷차림을 체크한다고 했다. 그는 “옷의 품질과 상관없이 좋은 패션은 어느 정도의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면서 “우선 자신의 체형과 성격부터 분석해 보라”고 조언했다. 란스미어 제공
옷 좀 입는다는 중년의 국내 패셔니스타에게는 ‘한국의 닉 우스터’라는 별칭이 붙는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길거리 패션은 젊은 패피(패션피플) 사이에서도 화젯거리다. 톰브라운, 몽클레어, 랄프로렌 등 세계적 브랜드의 패션 디렉터를 거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주목받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8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출신인 닉 우스터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란스미어가 단독 수입하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폴앤샥’과의 협업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17일 서울 용산구 남성 편집숍 란스미어에서 만난 그에게 옷 잘 입는 법을 물었다.
우스터는 옷을 사기 전에 ‘자기 분석’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는 성격. 외향적인 사람은 조금 튀는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이 지나치게 트렌디한 옷을 입으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패션은 자신감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옷도 자신의 패션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없으면 소화할 수 없다”면서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좀 더 클래식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체형 분석도 꼭 거쳐야 할 중요 포인트다. 그는 뚱뚱하든 말랐든 옷을 ‘핏’하게 입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체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패션 자신감도 높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헬스장에 가고, 좋은 옷을 사라
우스터는 “좋은 체형으로 옷을 핏하게 입으면 싸구려도 명품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서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다면 ‘헬스장부터 가라’”고 했다.
좋은 옷만으로는 패셔니스타가 되기 힘들다는 솔직한 조언이었다. 그는 “다이어트를 떠나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높아진다”면서 “자신감이 높아져야 다양한 패션을 시도하고, 실제로 잘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쁜 스케줄에도 매일 1시간가량의 운동을 빼놓지 않는다.
○ 원 컬러를 입어라
색깔은 되도록 하나의 톤으로 입으라는 조언이다. 그는 “한 가지 톤으로 가야 키도 더 커 보이고 딱 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다”면서 “여행을 갈 때도 여러 색깔보다는 라이트 블루, 다크 블루 같이 하나의 톤을 유지할 수 있는 아이템이 짐도 줄이고 패션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일 아침 날씨와 스케줄에 따라 옷을 고른다는 우스터는 ‘상황감각(Sense of Occasion)’을 강조했다. 그는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옷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매너”라면서 “요즘 패피들은 옷은 잘 입지만 상황감각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우스터는 어릴 적 유치원을 갈 때도 매일 아침 색깔과 핏에 따라 옷 투정을 부려 어머니에게 혼이 났다고 했다. 패션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좋았던 건 ‘직원 할인’이었다고 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핫한 패셔니스타로 주목받는 그를 보니 멋진 패션은 자기 자신과 패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