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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업안전 강화하되 불필요한 기업 옥죄기는 없어야

입력 | 2019-04-23 00:00:00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내년 1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어제 산안법 시행령 등 4개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산안법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김용균 씨 사건을 계기로 3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사내 하청 근로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회사의 책임을 높이고 산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보호 조치 등이 신설됐다.

산업안전 강화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졌으면서 한 해 산재 사망자가 2000명에 달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산재를 줄이려면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안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법과 시행령이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인 제조업과 시공능력평가액 1000위 이내인 건설회사의 대표이사에게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기업 자율로 정해야 할 사내 도급의 종류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남용될 소지도 없애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3일만 작업이 중단돼도 피해액이 7조 원에 달하고 중공업, 철강 등은 보름 안팎의 중단에 500억∼1000억 원의 손실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경영계는 “시행령이 구체적인 작업중지 기준을 담지 않아 자의적 판단으로 중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고, 작업을 재개할 심의위원회는 4일 이내에 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추가되는 등 재개 조건이 강화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할 때는 근로자 의견을 들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노동계는 “정부의 도급 승인이 필요한 업종에서 김용균 씨 업종과 사고가 많이 나는 건설장비 분야들이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종별 기업별 사정이 다른데 산업안전을 위한 조건을 일일이 법령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 당국자와 관리자, 근로자가 함께 해법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산안법과 시행령이 기업 경영에 불필요한 간섭이나 제약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행정당국의 신뢰성과 합리성을 더 높여야 한다. 30여 년 만에 전면 개정한 법령인 데다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보다 열린 자세로 계속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