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내년 1월 16일 시행을 앞두고 어제 산안법 시행령 등 4개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산안법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김용균 씨 사건을 계기로 3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사내 하청 근로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회사의 책임을 높이고 산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보호 조치 등이 신설됐다.
산업안전 강화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졌으면서 한 해 산재 사망자가 2000명에 달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산재를 줄이려면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안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법과 시행령이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인 제조업과 시공능력평가액 1000위 이내인 건설회사의 대표이사에게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기업 자율로 정해야 할 사내 도급의 종류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남용될 소지도 없애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3일만 작업이 중단돼도 피해액이 7조 원에 달하고 중공업, 철강 등은 보름 안팎의 중단에 500억∼1000억 원의 손실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업종별 기업별 사정이 다른데 산업안전을 위한 조건을 일일이 법령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현장의 판단을 존중해 당국자와 관리자, 근로자가 함께 해법을 찾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산안법과 시행령이 기업 경영에 불필요한 간섭이나 제약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와 행정당국의 신뢰성과 합리성을 더 높여야 한다. 30여 년 만에 전면 개정한 법령인 데다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보다 열린 자세로 계속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