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3·1운동 100주년 전시, 日 사노시박물관 소유 작품 눈길 도난 불상 반환 판결뒤 첫 교류… 日측 “한국 진심담긴 설득에 대여” 배기동 관장 “경색 푸는 마중물로”
2017년 한국 법원의 쓰시마 불상 판결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고국으로 나들이 온 일본 내 한국 문화재들. 1886년 일본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김옥균이 후원자 스나가를 위해 써 준 글씨. 일본 사노시향토박물관 제공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16일부터 개막한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에 출품된 100점의 서화 가운데 일본 사노(佐野)시 향토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한국 서화 8점을 대여했다. 일본 박물관의 한국 문화재 대여는 2017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최근 정치적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특별전을 위해 한국의 근대 서화를 소장하고 있는 사노시 향토박물관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하지만 개관 이래 한 번도 한국에 유물을 빌려준 적이 없던 박물관 측은 고심을 거듭했다. 16일 전시 개막식에서 만난 모테기 가쓰미(茂木克美·56) 사노시 향토박물관 주간은 “시청과 시의회에서 한국에 유물을 빌려주면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며 “이에 사노시장과 함께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진심이 담긴 한국 측의 보증을 듣고, 흔쾌히 대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1916년 일본에서 황철이 그린 ‘전적벽부도’(왼쪽 사진). 길이 2.5m에 이르는 황철과 지운영의 합작 ‘산수도’. 일본 사노시향토박물관 제공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한일 문화재 교류는 2017년 1월부터 전면 중단됐다.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쓰시마섬의 한 사찰에서 훔친 고려시대 불상을 원래 소유주로 추정되는 충남 서산시 부석사로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불상은 국내에 남았지만, 일본 문화재계에선 한국과의 교류에 찬바람이 불었다. ‘압류면제법’(해외 문화재를 들여와 전시할 때 압류·압수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는 한국에 유물을 빌려주면 돌려받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졌다. 지난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전 ‘대고려전’ 때도 일본 국립도쿄박물관 등이 소장한 고려시대 불화와 나전칠기 5점의 대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오세창의 글씨가 적힌 벼루함. 일본 사노시향토박물관 제공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