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버가 담배 맛을 비교하는 ‘흡연방송’을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또 다른 유튜버가 올린 동영상은 제목부터 ‘신분증 없을 때 담배 등 미성년자 판매 불가 상품 사는 꿀팁’이다. 미리 외워둔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불러주고 본인이라고 우기라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 같은 유튜브 ‘연방(煙放·흡연방송)’ 실태를 22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담배를 반복적으로 다룬 인기 유튜브 채널 11곳(구독자 1000명 이상)에 게재된 영상 1612편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이 중 1172편에서 담배와 흡연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18세 미만 이용자가 보지 못하도록 연령 제한이 설정된 영상은 4편뿐이었다. 99.7%에 해당하는 나머지 1168편은 전부 성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유튜브와 담배 회사도 공범이 아닌지 의심된다. 유튜브는 선정성과 폭력성 등이 심각한 동영상엔 연령 제한을 설정한다지만 말뿐이라는 게 정부 조사로 드러났다. 일부 유튜버는 방송 중 “담배 리뷰 덕에 광고가 들어와 먹고살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불법 광고다.
‘연방’ 유튜버들은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동영상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동영상을 많이 클릭한 시청자의 연령대는 유튜버 본인이 더 잘 안다. 중고교생 흡연율은 2015년 7.8%에서 2016년 6.3%로 감소하는가 싶더니 2017년 6.4%, 지난해 6.7% 등으로 다시 늘고 있다. 유튜브 확산 시기와 일치한다. 우연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해 보니 흡연으로 인해 추가 발생한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6년 한 해에만 2조2484억 원에 달했다. 이 돈을 차곡차곡 아끼면 2026년으로 예정된 건보 재정 고갈을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유튜버가 ‘연방’으로 벌어들인 돈을 한 푼도 빠짐없이 환수해 건보 재정에 보태면 어떨까.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