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안 일어나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를 깨우는 방법을 정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의논해야 한다. 부모 마음대로 정하면, 아이를 깨우긴 깨웠으나 아이와의 사이는 오히려 나빠질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의 어떤 점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이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는 무엇인지 서로 진솔하게 대화부터 해야 한다. 문제 상황에 직면해서 “네가 언제?” 또는 “너 때문에…” 식으로 비난하거나 화를 내지 말고 진지하게 얘기하면 된다. 아이도 개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하면 아이와 상의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의외로 아이 쪽에서 ‘이렇게 깨워 달라’, ‘저렇게 깨워 달라’ 식의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가장 무난한 방법이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간혹 흔들면 발로 차거나 때리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잠결에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부모가 다칠 수 있으므로, 이런 아이들은 잠자리에서 일으켜 욕실로 데리고 가 세수를 빨리 시키는 것이 낫다. 찬물이 닿으면 잠이 훨씬 빨리 깬다. 아이가 일어나기 직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아이를 식탁 의자에 앉혀 놓고 입에 넣어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아이가 졸면서도 우물우물 씹다가 잠이 깨버린다. 이런 아이들은 움직여야 잠이 깬다.
아이가 깨워 달라는 시간에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아이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네가 깨울 때마다 화를 내면 엄마도 너랑 그렇게까지 실랑이하고 싶진 않다. 그러면 나도 기분이 나빠. 그렇지만 네가 깨워 달라고 하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아이가 그래도 깨워 달라고 하면 “좋아. 그런데 엄마가 세 번 정도 네가 원하는 방법으로 깨웠는데 그래도 네가 일어나지 않으면 엄마도 그만하련다.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러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해둔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러세요”라고 한다. 그래도 아이가 안 일어나면 내버려둬야 한다.
사실 지각은 학교의 규칙을 기준으로 아이와 교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해주고 그 이상은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교사한테 혼이 나든 벌점을 받든 벌점을 상쇄하려는 교내봉사를 하게 되든 아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 아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켜봐 준다. 그래야 아이에게 문제의식도 더 생긴다. 그래야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커간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