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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걸 전 기조실장 “양승태 행정처 오만했다” 반성

입력 | 2019-04-23 15:48:00

"김기춘 공관회의 어떤 이유든 부적절"
"외교부와 비공식 의견 나눈 것도 잘못"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 증인으로 나선 이민걸(58·17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실장은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 “이 사태를 겪으면서 제가 느낀 건 한 마디로 법원행정처가 너무 오만하게 타성에 젖어서 일을 열심히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잘못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 사건 실체 관계에 대해 제대로 살펴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임 전 차장 후임으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맡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1년에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재외공관 법관 파견을 추진하면서 강제징용 사건을 외교부 설득방안으로 검토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지난 2013년 12월1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과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이 만나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한 사실에 대해 “이유여하 불문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게 왔을 때 거절하고 다른 방식으로 공식적으로 처리하고 해야했다”며 “만난 경위는 잘 모르지만 만남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다 생각한다”고 재차 말했다.
이날 이 전 실장 증언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학연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외교부와 접촉했다. 특히 조태열 전 외교부 1차관의 경우 이 전 실장과 고교 동문인 점을 알고 임 전 차장이 먼저 같이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임 전 차장 제안으로 만난 조 전 차관이 강제징용 사건 관련 외교부 의견서를 전달할테니 한 번 봐달라고 했다는 게 이 전 실장의 기억이다.

이후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지 않아 임 전 차장이 독촉하려고 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전 실장은 “외교부에서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대법원이 규칙도 바꾸고 했는데, 외교부 입장에서는 특유의 신중함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위안부 합의라든지 재단 설립 등 과정을 겪으면서 국민적 여론이 부정적인 것도 고려해서 외교부가 선뜻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했지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독촉한 이유가 양 전 대법원장 임기가 얼마 안 남아서였냐’는 질문에는 “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에 처리하는 것에 대해 외교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 때 사건이 처리될 수 있는지,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수 있는지는 논의나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 임기 내 처리에 대한 대법원장의 자침이나 지시가 있었냐’고 묻자 “그런 지시는 없었고 대법원장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실장 역시 이번 사건으로 기소돼 임 전 차장과 별도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아직 첫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이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 개입,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저지 및 와해 목적 직권남용, 국회의원 재판 청탁 관여 등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징계대상에 올라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전 실장은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여러가지로 사법행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저로서는 여러가지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 사건 관련해서는 어찌됐건 제 개인적으로 의견서를 고쳐주거나 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제출 과정에 개입돼서 외교부와 비공식적으로라도 의견을 나눈 자체는 저도 굉장히 잘못됐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