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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돈 되는 시설’에만 눈독” 발끈한 울산시

입력 | 2019-04-24 03:00:00

복합환승센터 착공 직전 사업 보류… 강동리조트사업도 공정 37%서 중단
“수익성 떨어진다” 용도변경 요구… 市 “계획대로 안할 땐 행정조치”




울산 북구 강동리조트 부지에 공사중단으로 흉물로 방치돼 있는 리조트 건물. 이 리조트는 롯데가 2007년 2월 착공한 뒤 공정 37% 상태에서 2016년 6월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울산시 제공

울산에 교통과 관광 관련시설 부지를 확보하고도 수년째 투자를 미뤄온 롯데그룹이 최근 ‘돈 되는 시설’에 눈독을 들이면서 사업 변경을 추진하자 울산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울산시는 롯데 측이 주상복합아파트와 레지던스(생활형 숙박) 시설을 늘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설계변경을 최근 협의해왔다고 23일 밝혔다.

롯데는 고속철도(KTX) 울산역세권 앞 복합환승센터와 강동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지를 확보했다. 롯데는 2015년 6월 KTX 울산역 앞에 울산도시공사가 조성한 3만7732m²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확보한 주차장 부지 3만7663m² 등 총 7만5395m²를 사들였다. 롯데는 이곳에 2520억 원을 투자해 지하 1층, 지상 7층에 연면적 18만1969m²의 복합환승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또 환승지원시설에는 아웃렛과 영화관, 쇼핑몰 등 복합쇼핑몰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앞서 롯데는 울산 북구 정자동 10만8985m²에 3100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로 294실의 콘도와 컨벤션, 실내외 워터파크장,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을 건립하는 ‘강동리조트’ 사업도 추진했다. 롯데는 2016년 2월 울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복합환승센터는 행정 절차가 마무리돼 착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해 6월 롯데 측이 시에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중단됐다. 강동리조트사업 역시 롯데가 2007년 2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공정 37% 상태에서 2009년 6월 공사가 중단됐다. 롯데 측은 공사 중단 7년여 만인 2016년 3월 공사를 재개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공사는 다시 중단됐다. 시는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난해 10월부터 롯데 측에 줄기차게 사업재개를 촉구했다.

롯데는 복합환승센터 사업 중단 10개월 만인 최근 환승지원시설 부지(3만7732m²)에 계획했던 아웃렛, 영화관, 쇼핑몰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짓지 않는 대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안을 시에 제시했다.

또 강동리조트에는 당초 계획했던 콘도와 컨벤션, 워터파크, 오토캠핑장, 복합상가 등의 시설은 대부분 빼거나 축소해 레지던스를 짓겠다는 안을 시에 제시했다. 롯데 측은 사업계획 변경 검토 사유로 “당초 계획대로 시설을 지을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롯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시는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에 아파트가 건립되면 역세권 개발의 ‘앵커시설’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롯데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강동리조트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당초 목적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롯데 측이 울산 발전은 뒷전인 채 자사 이익에만 눈이 먼 느낌”이라며 “당초 목적대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