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들라누아 감독의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1956년)로 더욱 유명해진 노트르담 대성당이 15일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성당 첨탑이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에 불길 속으로 사라졌고 목재로 된 대성당 지붕 대부분이 불탔습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린 곳으로도 유명한 노트르담은 파리의 관광 명소로 850년을 지탱해 온 인류 역사문화유산입니다. 파리 주교였던 모리스 드 쉴리가 건축 책임을 맡아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30년에 완공된 건축물입니다.
첨탑 꼭대기의 청동수탉상, 내부의 파이프 오르간,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도 무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시면류관’(로마 군인이 예수를 처형할 때 씌운 가시관)과 13세기 프랑스 왕 루이 9세가 착용했던 ‘튜닉’도 소방대원들이 구해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18일 소방대원 50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금메달을 수여하며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노트르담 재건을 위한 모금이 전국적으로 벌어졌고, 대기업 회장들의 거액 기부가 줄을 이었습니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그룹은 대성당 복원에 2억 유로(약 2560억 원)를 기부하기로 했고 구치 등 패션 브랜드를 거느린 케링그룹과 화장품 기업 로레알 등도 1억 유로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민 통합을 기대했던 마크롱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닥쳤습니다. 노란조끼 시위가 다시 벌어진 것입니다. 노란조끼 시위는 지난해 11월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면서 시작돼 점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습니다. 노트르담 화재 이후 벌어진 이번 시위는 23번째 대규모 시위입니다. 보통 국가에 환란이 있으면 사회 통합이 잘되는데 프랑스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시위대는 평소 서민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은 부자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거액을 기부한 것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노린 것이라며 비난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한 부호들의 거액 기부가 오히려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 것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