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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식품 과학적으로 안전’ 문구 없어 日정부, WTO 1심 판결 자의적 해석 논란

입력 | 2019-04-24 03:00:00

스가 관방 “간결하게 전달한 것” 해명… 아베 “방심해서 졌다” 담당 국장 질책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강조 과정에서 자국 언론에 거짓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세계무역기구(WTO)의 2심 패소 후 제소 과정을 총괄한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을 호되게 질책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23일 “WTO 패소 판정 이후 큰 충격을 받은 아베 총리가 야마가미 국장을 불러 ‘방심해서 졌다’며 크게 꾸짖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한국 관련 문제에 격노한 것은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산 식품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분히 만족한다는 WTO의 1심 판단이 (최종심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일본이 패소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한국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며 WTO 상소기구에 제소했다가 2심에서 역전패한 직후 발언이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에 해당하는 보고서를 입수한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주장한 ‘일본산 식품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부분은 1심 판결문에 아예 없었다. ‘한국의 안전 기준을 충분히 만족한다’는 대목은 1심 보고서에는 있었으나 최종심에서는 “논의가 부족하다”며 상소 기구가 게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제법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국제법을 무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스가 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후쿠시마 수산물 속 방사능 수치가 한국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는 부분은 1심에 있는데 이를 (과학적 안전이라고) 간결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도 이날 “(정부의 표현에 대해)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한편 23일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국에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완화 및 철폐를 요청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은 “WTO 판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며 거절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