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미래다]측정 가능 최소 농도 나와도 퇴짜 사실상 검출 안돼야 유통 가능… “토양 살리고 건강 걱정 덜어”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유해물질분석과 실험실. 미국산 레몬, 중국산 말린 표고버섯, 영국산 차(茶) 등 수입 농산물이 각기 다른 검체수거 봉투에 담겨 있었다. 며칠 전 국내에 들어와 서울 시내 보세창고에 보관 중인 제품들로 잔류농약 검사를 앞둔 것들이다.
연구원은 검사를 위해 가장 먼저 농산물을 분쇄했다. 이를 병에 담아 정제 및 농축 과정을 거쳐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한 농약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잔류허용 기준은 씻지 않고 평생 먹어도 안전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약안전처 관계자는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유통이 가능하며, 부적합 농산물은 전량 폐기되거나 수출국으로 반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모든 농산물을 상대로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시행하면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가 더 깐깐해졌다. 시행 이전에는 잔류허용 기준이 없는 농약이 나와도 적합 판정을 받을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적으로 측정 가능한 최소 농도(kg당 0.01mg)만 초과해도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사실상 아예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야 적합 판정을 받는 것이다.
PLS 시행 3개월 만에 부적합 수입농산물들이 잇달아 퇴짜를 맞았다. 1월 중국산 양송이에서 살균제 ‘클로로탈로닐’이 kg당 0.04mg 검출돼 수입이 취소됐다. 이는 허용치(kg당 0.01mg)의 4배다. 2월 태국산 바질에서도 기준치의 1628배에 달하는 클로로탈로닐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3월 호주산 렌틸콩, 이달 초 중국산 생강에서도 잔류허용 기준이 없는 농약이 잇따라 검출돼 수입이 막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을 처방받은 대로 먹어야 하는 것처럼 농약도 정해진 종류와 방법대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게 PLS의 취지”라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약 오남용에 따른 생태계 위협을 줄이려면 PLS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