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누군가에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게 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슬픔으로 볼 수 있는 순수한 눈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타인의 슬픔을 보고 함께 슬퍼도 하고 위로도 해줄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우리가 순수한 눈을 잃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당연히 타인의 슬픔이나 눈물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남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니 그 눈물에 붙들릴 리가 없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고 목 놓아 우는 사람을 조롱하고 비하하고 짓밟는 일이 가끔씩 생기는 것은 타인의 슬픔을 보는 순수한 눈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흘리는 비통한 눈물 앞에서는 굳게 닫힌 하늘의 문도 열리고, 블레이크의 시구처럼 신도 인간 옆에서 신음한다지 않은가. “그분은 우리의 슬픔이 사라질 때까지/우리 곁에 앉아 신음하십니다” 그러니 같은 사람으로서 슬픔에 잠긴 사람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모욕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