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슬린연구소가 1996년 7월 체세포 복제 동물인 양(羊) ‘돌리’를 처음으로 탄생시키자 ‘세계 역사는 돌리 전후로 구분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는 흥분했다. 생명 창조에 관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우려도 나왔다. ‘돌리 이후’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 이식을 하지 않고도 난치병을 치료할 수도 있게 됐지만 복제 인간 탄생 가능성 등 윤리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는 기숙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장기 이식용으로 복제된 인간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겪는 절망과 아픔을 다뤄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개는 영장류를 제외하면 사람과 공유하는 질병도 65가지로 가장 많다. 소 50가지, 면양 45가지보다 많은 데다 주요 질병 치료에 긴요해 실험용으로 많이 쓰였다. 1888년 광견병 백신이 개를 통해 개발됐고 인슐린과 인공심폐기 개발, 신경세포 기능 발견 등이 개를 통해 이뤄졌다. 최근 개의 복제 성공률은 50∼60%까지 높아졌고, 용도와 목적에 맞는 실험용 개도 복제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팀이 메이를 실험에 사용한 것도 마약탐지 검역 기능을 고도화한 스마트 탐지견을 개발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사람이나 국가를 위하여 사역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지한다’는 동물보호법 규정 위반이라며 이 교수를 22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동물종의 생태, 습성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위하여 실험하는 경우’ 예외로 두는 규정도 있어 유무죄 판단은 이르다.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복제견으로 태어나 인간을 위해 열심히 일한 뒤 다시 실험용으로 쓰이고, 최후엔 앙상한 몸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 죽었다는 ‘메이’의 기구한 운명이 안쓰럽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