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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개선 노력없는 日, 의도적 ‘한국 무시’

입력 | 2019-04-24 03:00:00

외교청서에 ‘한일 미래지향’ 삭제
문희상 의장 ‘일왕사죄’ 발언 언급… ‘징용공’ 대신 ‘한반도 노동자’ 표현
양국관계 갈등, 한국에 책임 떠넘겨
北엔 우호내용 늘려… 정상회담 포석




23일 확정된 일본의 2019년 외교청서는 한국의 중요성을 대폭 낮춰 기술한 반면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북한에 대해선 우호적 내용을 늘린 게 특징이다. 올해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시정연설과 같은 흐름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의도적으로 ‘한국 무시’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외교청서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지난해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일본의 대응을 자세히 기술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를 ‘구(舊) 민간인 징용공’(2018년판)으로 표현했지만 올해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이는 국회 등에서 징용에 담긴 강제성 자체를 부정하며 “징용공이란 표현이 아닌 옛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말한 아베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도 새롭게 언급됐다. 문 의장의 구체적인 발언과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은 생략하고 “극히 부적절한 발언을 행해 강하게 항의하면서 사죄와 철회를 요구했다”고만 기술했다.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서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했고, 올해는 ‘미래지향적 발전’ 부분을 없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한국)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등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일한 관계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을 비난했다.

반면 북한에 대한 기술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설명에서 지난해 외교청서에 있었던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나갈 것’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또 ‘북-일 관계’ 항목을 3년 만에 부활시켜 아베 총리가 지난해 2월 한국 평창 겨울올림픽 때 북한 인사와 접촉한 것 등을 열거했다. 북한에 대해 유화적으로 표현한 것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북-일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외교청서는 전년 기준으로 일본 외무성이 파악한 국제정세와 일본의 외교활동 전반을 기록한 백서다. 1957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