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는 ‘분당 트랙’으로 국민의당-바른정당계 갈등 폭발… 의총 4시간 격론 끝 표결 패스트트랙 합의안 한표차 추인… 바른정당계 연쇄탈당 가능성 패스트트랙 지정 오신환 손에 달려… 반대땐 사개특위서 통과 못해
바른미래당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을 추인한 뒤 이에 반대했던 유승민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상욱 의원(왼쪽) 등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 23명이 참석한 의총에서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추인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바른미래당이 23일 극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당은 더 급속도로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날 의총은 합당 1년 2개월이 넘도록 부글부글 끓기만 했던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갈등이 화산처럼 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언주 의원은 패스트트랙 반대를 명분으로 탈당했다. 바른정당계의 연쇄 탈당이 이어질 경우 당의 내분이 보수야권 재편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찬성 vs 반대’ 의총서 건건이 충돌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4시간의 진통을 거쳐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4당 합의안을 가까스로 추인했다. 결과론적이지만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언주 의원이 표결권을 행사했다면 12 대 12로 절반을 못 넘어 부결될 수도 있었던 것. 국민의당계인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바른정당계가 중심인 반대파는 의총의 언론 공개 여부와 추인 절차를 놓고 건건이 부딪쳤다.
○ 바른정당계, 연쇄 탈당… 냉면집 회동서 “주말마다 모이자” 결의
바른정당계 핵심인 유승민 전 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당의 의사결정이 1표 차 표결로 이뤄진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당의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당헌에 따른 강제성이 있는 당론 채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야에 선 한 마리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 보수대통합과 보수혁신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좇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누군지 말할 순 없지만 추가 탈당할 사람이 더 있다”고도 했다.
연쇄 탈당이 시작될 경우 보수야권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은 의총 직후 서울 마포구의 한 냉면집에 모여 2시간 넘게 당 진로를 두고 토론했다. 자유한국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정운천 의원은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