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형사처벌 추진 신체접촉 없는 언어-시각적 성희롱… 현재는 민사소송 걸어야 해 주저 정신적 피해액 3배 손배도 검토
“고맙다면 몸으로 때우는 게 어때?”
마트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A 씨는 정육 코너의 남성 동료에게서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농담을 자주해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이 동료는 A 씨가 상품 무게를 재러 정육 코너로 갈 때마다 “같이 벗고 (저울에) 올라갈까?”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여성 직원이 대부분인 의류업체에서 기계수리 기사로 일하는 20대 남성 B 씨도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 B 씨가 기계를 수리할 때 40대 여성 동료가 B 씨를 뒤에서 끌어안은 일도 있다. 당시 동료는 “○○ 씨는 덩치가 있어서 좋아”라고 말하자 이를 지켜보던 30대 여성 직원은 “○○ 씨는 내 거야. 언니는 △△(다른 남자 직원)하고 놀아”라며 B 씨 앞에서 그를 성적 농담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근거는 없다. 가해자가 사업주일 때만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가해자가 동료나 상급자라면 과태료조차 없다. 성폭력특례법에 따라 직장 내 상급자가 부하 직원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는 언어적, 시각적 성희롱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어도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를 ‘응징’하려면 사내에서 문제를 제기해 회사에서 징계를 받도록 하거나 민사소송을 내야 한다. 이 경우 피해자도 사회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피해자들이 문제제기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성희롱은 강간이나 추행보다 피해가 작다는 인식 때문에 배상액이 크지 않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성희롱 피해자들이 침묵하게 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1600곳을 조사한 결과 ‘참고 넘어간다’는 성희롱 피해자가 81.6%에 달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고용부는 직장 내 성희롱도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노동법학회에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성희롱 가해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방향으로 성폭력특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