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Moment’ 발표하고 설치미술전에도 참가 獨서 시작 세계무대 누비는 DJ… ‘페기 뭐해?’ LG폰 광고로도 화제 “최근 버닝썬 사태에 충격과 분노… 외국선 밀실형 VIP룸 상상못해”
17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설치한 자신의 작품 ‘PDPG’ 앞에 선 한국인 DJ 겸 패션디자이너 페기 구(위 사진). 최근 스마트폰 광고(아래 사진)로도 얼굴을 알렸다. 현대카드 제공·유튜브 캡처
최근 TV와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국내 기업의 스마트폰 광고. 쇼핑, 디제잉 등 ‘페기’의 일상과 일을 카메라로 좇는 것이 스토리의 전부다.
올해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 지난해 영국 AIM뮤직어워즈 ‘올해의 노래’ 수상.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은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그를 ‘세계를 점령해가고 있는 DJ’라고 일컬었다.
“1991년 인천에서 태어났어요. 이상한 옷을 입거나 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 다니는 걸 보다 못한 부모님이 ‘넌 한국에선 미래가 없다’며 영국 런던으로 보내셨어요.”
유학 시절에도 “남이 하지 말라는 것, 내가 하고픈 것만 골라 하는 아이”였다. ‘런던 패션 칼리지(LCF)’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음악을 해보겠다는 “페기의 패기”를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낮에는 베를린 시내 레코드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댄스클럽에 다녔어요. 맨 앞자리에서 톱 DJ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으로 익혔죠.”
그곳이 바로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는 ‘베르크하인’이다. ‘언젠가 이곳 최초의 한국인 DJ가 되리라’는 꿈은 단 1년 만에 이뤄졌다. 독학으로 디제잉을 연마한 결과다. 지난해 낸 곡 ‘It Makes You Forget(Itgehane)’는 세계의 클럽에서 한국어 ‘잊게 하네!’를 제창하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19일 발표한 새 앨범 ‘Moment’는 표지에 하회탈을 내세웠다. 또 ‘당신의 예술을요, 이젠 들을 수 있나요’ 같은 한국어를 넣었다.
세계 클럽을 돌며 활동하는 그에게 ‘버닝썬’ 사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충격과 분노가 밀려왔죠. 밀실형 VIP룸은 해외 클럽에서는 상상할 수 없어요. 클럽은 좋은 음악 속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털어버리러 오는 곳이잖아요.”
페기 구는 8월까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이어지는 ‘굿나잇: 에너지 플래시’ 전시에 작가로 참여했다. 마크 레키 등 유명 작가 17개 팀의 작품 사이에 ‘PDPG(퍼스널 디제이 페기 구)’를 출품했다. 작은 이동식 화장실을 클럽처럼 꾸민 작품.
그는 2월에 패션 브랜드 ‘Kirin’도 설립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동물이 기린이라고. 해태 등 한국적 패턴을 입힌 옷이 이채롭다. 전 세계 힙스터들의 ‘팔로우 1순위’인 그에게 ‘힙’의 비결을 물었다.
“저는 힙하다는 말이 별로예요. 제 예명 페기도 대개 미국 할머니들에게 많은 이름이죠. 제 목표는 시간에 바래 버리지 않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랍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