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중명전에서 만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는 400만 명 이상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며 “현재 1만4000여 명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의 회원이 100만 명으로 늘어난다면 지키지 못할 우리 문화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봄 햇살이 가득했던 11일 서울 중구 덕수궁 중명전.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아픔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운영하는 역사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13일 설립 12주년을 맞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김종규 이사장(80)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삼성출판사를 운영한 출판인 출신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만들어내는 등 유구한 출판사(史)를 가졌다”며 “30년 전 국내 최초로 출판·인쇄 전문 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설립한 뒤로 본격적인 문화재 지킴이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1931년 충무공 이순신의 묘와 위토(位土·묘소 관리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토지)를 구하기 위한 동아일보의 범국민적 캠페인에서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충무공 후손들이 묘소 땅을 처분하려 하자 동아일보가 대대적인 보도를 했고 이를 통해 2만여 명이 1만6021원30전(현재 가치로 약 3억7000만 원)을 모아 역사를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성장을 거듭했다. 소설가 이상의 생가를 매입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고 2012년에는 미국 워싱턴 초대 대한제국 공사관 매입에 힘을 보탰다. 2010년 700명이던 회원 수는 지난달 기준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월 3000∼1만 원을 후원하면 4대궁과 종묘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제공받는다.
김 이사장은 “가장 큰 혜택은 한국의 문화재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해인 수녀 등 유명 인사뿐 아니라 특히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앞으로 시민 체험형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전국의 주요 종택들은 우리나라의 유무형 문화재가 숨쉬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의 문화를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