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초심자에게 ‘코드’는 고문… 레너드 코언 등 명가수들 노래엔 잡힐듯 말듯한 은유의 메시지
#312 Jeff Buckley ‘Hallelujah’(1994년)
‘비밀의 코드가 있다고 들었지/다윗이 연주해 신을 기쁘게 했다는/근데 당신, 음악 그렇게 안 좋아하잖아, 아니야?’(레너드 코언 ‘Hallelujah’에서)
얼마 전부터 K에게 통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삶에서 ‘코드’라는 말을 이렇게 자주 쓰게 된 게 참 오랜만이다. 많게는 1시간에 30번은 쓰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화음으로서 기타 초심자에게 ‘코드’는 고통의 주문이다.
‘자, C 코드로 시작해서 Am로 가야지. 그리고 Em…. 아, 손가락이 그렇게 가면 안 되지.’
압권은 ‘F’다. 단 한 개의 손가락으로 기타줄 여섯 개를 전부 힘주어 눌러야 하는 F는 유격훈련으로 치자면 ‘PT(체조) 실시!’만큼이나 악랄한 단어다.
노래는 ‘비밀의 코드’ 이야기로 시작한다. 놀랍게도 진짜 코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코드는 이런 식이랬지/4도, 5도. 그리고 마이너로 떨어졌다 메이저로 올라가는/어리둥절해진 왕은 할렐루야를 작곡했지.’
이 곡의 조성(調性)은 C장조다. 가사에서 각각 ‘4도’ ‘5도’ ‘마이너’ ‘메이저’를 언급할 때 실제로 기타는 거기 꼭 맞는 화음들, 즉 ‘F’ ‘G’ ‘A마이너’ ‘F메이저’로 이행한다. 이 부분이 이 노래의 숨은 보물이자 압권이다.
다윗, 삼손, 델릴라 등 성경 속 인물과 일화가 등장하지만 노래는 일차원적인 종교 찬양곡이 아니다. 1984년 발표 뒤 최근 나윤선까지 수많은 가수들이 재해석한 배경에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단히 은유적인 메시지가 있다.
‘Hallelujah’에서도 바로 ‘E7’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 코드의 배경색 위로 쏘아올린 노랫말의 불꽃은 여기선 ‘부서진(broken)’이다.
‘사랑이란 승리의 개선 행진이 아니지/그것은 차가운, 부서진 할렐루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