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은 24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가리켜 ‘마블 10년을 집대성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개봉에 하루 앞서 23일 열린 언론 시사에서 베일을 벗은 ‘엔드게임’은 그의 말대로 마블의 역사가 담긴 명불허전 작품이었다.
역대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손가락을 튕기자 지구의 절반이 소멸됐다. 우주에 고립된 아이언맨, 한줌의 재로 사라진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 스칼렛 위치와 윈터 솔져가 없는 어벤져스들에게 남은 건 우주에서 가장 강한 빌런(악당) 타노스와의 전면전뿐이다.
‘엔드게임’은 전작 ‘인피니티 워’ 이후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한 뒤 절망과 실의에 빠진 어벤져스들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진다.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히어로들 자신이 가족처럼 여긴 동료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패배가 영화 초반을 지배한다. 모든 생명의 절반이 한 줌 재로 사라진 지구의 모습 역시 어느 디스토피아 영화보다도 더욱 암울하게 그려진다. 자신들이 지키지 못해 몰락한 세상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히어로들이 겪는 절망, 갈등, 몰락은 역대 마블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이 지켜본 것 보다 한층 더 깊은 수준이다.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스포일러와 예측을 비웃듯 초반부터 예측불허로 전개된다. 어벤져스들은 우여곡절 끝에 타노스에 다시 맞서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과제에 부딪힌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마블 영화 중에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철학적인 대목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긴 3시간 2분이다. 이번 ‘엔드게임’을 위해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부터 올해 개봉한 ‘캡틴 마블’까지 마블의 모든 영화를 복습한 팬이라면 감탄을 자아낼 만한 장면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특히 엔딩 장면은 10년을 달려온 히어로들, 그리고 함께해온 팬을 위한 마블의 헌사로 느껴질 정도.
막바지에 펼쳐지는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신은 마블이 창조한 영화적 세계관(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악과 맞서는 과정에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헐크와 같이 마블의 현재를 창조해 낸 히어로와 캡틴 마블과 스파이더 맨과 같은 마블의 미래를 이끌 히어로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캡틴 마블을 중심으로 마블의 여성 히어로가 한자리에 모이는 신은 ‘블랙 팬서’, ‘캡틴 마블’을 통해 마이너리티가 중심에 서는 서사를 보여준 마블의 행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미 예매량이 200만 장을 넘어서는 등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2009)의 외화 흥행 기록 1348만 명을 넘어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121만 명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23일 이미 이 영화는 역대 최고 사전예매량과 최고 예매율을 갈아 치웠다. 개봉 전 사전 예매량이 200만 장을 넘어선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영화의 스케일을 즐기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CGV 용산 아이맥스 관은 24일 개봉 당일 조조부터 심야상영까지 전석이 매진상태다. 12세 관람가.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