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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긴급조치 발령은 불법”…양승태 대법원 기존판결과 배치

입력 | 2019-04-24 10:36:00

법원, 긴급조치 1호 피해자·유족들에게 손해배상 판결



© News1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법구금이나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았어도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위법하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지난 19일 김모씨 등 긴급조치 피해자 6명과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 등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따라 내린 긴급조치 제1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헌법을 부정하고 이를 권유·선동하는 언동을 할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김씨 또한 징역 15년의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가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했고, 김씨와 같은 다수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2015년 당시 양승태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이번 재판부는 고문 등의 행위가 없어도 긴급조치 발령 자체가 불법이므로 수사·재판을 받은 이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며 “긴급조치가 발령될 당시의 상황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유신헌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현행 헌법에 비춰보더라도 위헌이다”라고 판단했다.

또 “긴급조치 1호 발령행위가 공무원의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김씨 등 6명이 긴급조치 제1호에 의한 수사와 재판에 의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한 이상 수사기관이 김씨 등 6명을 불법으로 구금하거나 이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는지와 관계없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