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박세혁(29)에게 2019년은 의미가 크다. 프로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 마스크를 쓰고 시즌을 시작했다.
새 안방마님과 함께 팀은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세혁은 “팀 순위가 위에 있다는 게 기분 좋고, 이런 팀에서 주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두산의 안방은 지난 시즌까지 리그 최고 포수로 불리는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지켰다. 하지만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면서 박세혁이 주전을 맡았다.
박세혁은 맹타 비결에 대해 “앞 타자들이 워낙 강하니 나에게 승부가 들어온다. 겨울 내내 준비한 게 있으니 나를 믿고 내 타석에서 자신있게 돌리는 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전부터 끊임없이 양의지와 비교되고 있지만 일찌감치 “박세혁 만의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당장 홈런 30개, 100타점의 수치를 채울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고 했다. 대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는 자신있다. “한 발 더 뛰어서 안타를 2루타로 만들고, 틈이 보이면 3루까지 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블로킹을 할 때도 투수의 볼을 더 잡아주고, 파이팅을 해주는 게 내 야구”라고 강조했다.
“포수라고 1루에서 슬라이딩을 못 하란 법도 없다. 사람이 간절해지면 못할 게 없다”며 눈을 빛냈다.
주변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시즌 전부터 주위의 평가가 많지 않았나. 내가 제대로 마음을 먹지 않으면 휘둘릴 것 같더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가서 내가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아버지의 아들’로 불리면서 ‘아버지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을 들었다. 어느 선수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것보다 그게 더 큰 부담이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두산 박세혁’으로 기사가 나간다. 그게 정말 기분이 좋더라. 아버지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자신 있다. “내가 하기 나름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언젠가는 (양의지와 비교 같은) 그런 것들도 다 지워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그저 내 야구를 위해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스스로를 “주전 신인”이라고 표현했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주전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백업과는 다른 위치에 서게 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백업을 때는 그 한 경기를 이기기 위해 나갔다. 의지 형이 승을 만들어 놨는데, 내가 나가서 지고 분위가 다운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떠올렸다.
‘양의지-박세혁’의 조합으로 리그 최고의 포수진을 꾸렸던 두산은 이제 ‘박세혁-장승현’으로 안방을 지킨다. 이전 만큼 강하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의지 형과 있을 때는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양의지, 박세혁은 최강 포수진’이란 말을 듣는 것도 자랑스러웠다”면서 “지금 우리 포수진이 약한 건 인정한다”고 했다.
달라진 위치를 인식하고 있는 순간, 도전은 시작된다. 언젠가 박세혁-장승현의 포수진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싶다. 박세혁은 “지금은 내가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내가 뭐라도 보여줘야 뒤에서 배울 수 있다”며 “처음부터 (양의지-박세혁 포수진이) 강한 건 아니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지고 단단해졌다. 1년, 1년이 지날수록 더 좋은 평가가 들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