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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와타나베 부인’, 한국엔 ‘김 여사’ 있다

입력 | 2019-04-25 03:00:00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 전망 따라 원캐리 트레이드 통한 고수익 추구
달러채권 등 금리형 자산 투자 급증… 장기적 접근해야 환율변동 위험 줄여




게티이미지뱅크

《 1990년대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었다.

와타나베는 한국에서 김 씨처럼 흔한 성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엔화 캐리 트레이드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본인 일반투자자를 말한다.

일본에서 장기간 저금리로 미국과 일본 간 금리가 역전되자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해외 시장을 찾아 엔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자산을 불린 것이다.

유럽에서는 ‘소피아 부인’, 미국에서는 ‘스미스 부인’ 등으로 이름만 바뀌어 이 같은 투자 현상은 반복돼 왔다.

한국에서는 ‘김 여사’ 투자가 금리 역전 시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뒤바뀐 한미 기준금리

미국이 지난해에만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지난해 말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까지 상승했다. 반면 한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한 차례 오르는 데 그쳐 1.75%다.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한미 금리역전 현상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증권 고객이 달러채권 등 금리형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5100억 원으로 전체 해외자산 증가분의 54%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11.5%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주식형 자산에 새로 유입된 투자자금의 비중은 같은 기간 88.5%에서 46%로 줄었다.


달러 금리 투자 어떻게

해외 금리형 자산에 투자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달러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채권의 쿠폰(이자)에 더해 미국 금리가 장기적으로 내려간다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안정적인 채권은 미국 국채다. 미국은 기축 통화국이고 국가 신용등급도 무디스 기준 Aaa,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A+로 높다. 미국이 부도가 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만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 국채는 세전 2%대의 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국내 국채금리에 비해 안정적이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채 외에 애플이나 IBM, 아마존닷컴 등 미국 현지 주요 기업이 발행한 달러 회사채도 투자할 수 있다.

이런 외국 기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하기 꺼려진다면 익숙한 국내 기업의 달러화 채권 KP(Korean Paper)물을 담을 수도 있다. IBK기업은행이나 NH농협 등 은행채와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석유공사,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채권도 국내 증권사를 통해 매수 가능하다. 기아차나 GS칼텍스 등 다른 일반 한국 기업이 발행한 KP물도 증권사에 요청하면 투자할 수 있다. 다만 미국 회사채나 KP물은 최소 투자금액이 20만 달러로 커 부담이 될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은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미국이나 국내에 상장돼 있는 미국 국채 ETF나 외국은행 예금 ELN(주가연계노트) 등 다양한 상품 중 투자자의 성향과 투자 목적 등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증권사나 시중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달러 예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원화 예금이나 원화 RP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와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다.


환율 변동 위험 등 따져봐야

달러 금리 상품에 투자할 때 가장 큰 리스크는 환율 변동성이다. 달러가 강세일 때는 채권 가격 등락에 달러 수익까지 더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수익이 나더라도 환율 변동을 차감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채권 투자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을 유지해 고금리의 복리 효과를 노리는 것이 더 높은 기대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에 비해 해외 채권은 투자정보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만큼 전문가로부터 충분한 상담을 받는 것도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