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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악어의 눈물, 시간벌기용이었나

입력 | 2019-04-25 06:57:00


■ ‘마약 투약’ 박유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거짓말 왜?

소속사 관계자 앞에서 회견문 작성
경찰엔 “자진출두” 수사협조 모양새
음성 낙관 “의혹 벗을 것” 큰소리도
일각선 국과수 검사 시간벌기 시선

“결단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

마약 투약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33)은 왜 그토록 결백함을 주장했을까.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확보한 증거에도 “사실이 아니다”며 “절박한 마음”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던 그의 주장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일까. 박유천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자 전 여자친구 황하나 씨(31)가 “연예인 A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고 진술하면서 해당 연예인으로 자신이 지목되자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 의혹만 제기된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결백함을 주장했던 터라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그 이틀 전인 8일 박유천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상태였다. 검찰은 박유천이 “성실히 경찰 조사를 받겠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힌 만큼 기자회견 직후 체포영장을 반려하고 압수수색 영장만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유천의 치밀한 계산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공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히고 자진 출두하는 형식을 취해 경찰 조사를 받기까지 일정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시선에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마약 정밀검사에서도 음성반응이 나올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박유천의 한 측근에 따르면 기자회견에 앞서 그는 “정말 마약을 하지 않았느냐”는 가족과 측근들의 물음에 “왜 내 말을 믿지 못하냐”며 “극단의 선택을 하면 그때서야 믿겠느냐”고 호소했다, 또 그는 그 직전 소속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담은 회견문을 직접 쓰면서 “억울하다”며 몇 차례 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나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한 사람이 되는 건가 두려움에 휩싸였다”며 “아니라고 발버둥쳐도 나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거다 하는 공포가 찾아왔다. 하지만 저는 결단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에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더라도 직접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박유천의 언급이 어느 정도 통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마약 판매상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돈을 송금하고, 20∼30분 뒤 의문의 물건을 수거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 증거에도 그는 “황하나의 부탁으로 한 일”이고 “마약인 줄 절대 몰랐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23일에도 국과수의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의혹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낙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그가 눈물로 호소한 결백함은 국과수의 양성반응 결과로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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