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로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통신용 칩셋(AP),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메모리 사업을 키워냈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핵심 업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이번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 시스템반도체 신시장 공략
이 부회장은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이고 비메모리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1월에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한 투자전략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현 방안이다.
실제 인텔과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 최상위권 기업들은 중앙처리장치(CPU), 모바일 AP,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특정 분야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이들의 새로운 칩셋 양산 일정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덕분에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황 변화가 크지 않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용 AP는 미국 퀄컴이 40%, 대만 미디어텍이 25%가량을 과점하고 있는데 대부분 스마트폰용이다. 하지만 앞으로 IoT, AI 등이 활성화되면 대부분 가전제품에도 AP가 탑재된다. NXP, 인피니언 등이 장악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자율주행 등이 확산되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시장 규모는 올해 1758억5000만 달러에서 내년 1753억3000만 달러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비메모리는 3328억7000만 달러에서 3435억9000만 달러로 증가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모바일 AP시장에서 8%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키워 왔다. 이번에 대규모 투자라는 승부수를 던진 데는 이처럼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가전, 모바일을 다 아는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도 키운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중소 팹리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세계 팹리스 상위 5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곳(실리콘웍스)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중소 팹리스를 키워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그동안 한국의 중소업체들은 주로 대만이나 중국에서 위탁생산을 했는데 주문 물량이 적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 대한 지적 자산 개방과 설계 및 불량분석 툴을 제공하고 EUV 기반 5nm 등 최신 초미세공정을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규모가 있는 팹리스 업체가 많아지면 삼성전자는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중소 팹리스 업체들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허염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실리콘마이터스 대표)은 “대만 팹리스 업계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TSMC가 중소업체들의 설계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등 지원해준 덕분”이라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지현 기자